AI 위로에 기댄 청년들, 불편한 관계의 가치
핵심 요약
한국 청년의 55.4%가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해 조사 대상 5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엄마와 AI가 주는 조건 없는 위안이 유일한 관계망이 되면 현실의 갈등을 견디는 경험이 줄어들 수 있다. 대화와 협업, 사과와 화해를 통해 다시 타인에게 다가가는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
조건 없이 받아주는 가족과 이용자의 기분에 맞춰 응답하는 AI 챗봇이 청년들에게 정서적 안식처가 되고 있다. 취업에 실패하거나 제 앞가림을 못해도 품어주는 엄마처럼, AI는 시간과 감정 상태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답을 건넨다. 그러나 이런 수용적 관계에만 머물 경우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갈등과 상처를 견디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한국·중국·일본·미국·스페인의 18~39세 청년 82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의 55.4%는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일본은 54.2%, 미국은 35.8%, 스페인은 29.2%, 중국은 24.7%였다. 이 결과는 이성 관계뿐 아니라 타인과 부딪힐 때 발생하는 감정 소모와 불확실성을 부담스러워하는 청년층의 관계 인식을 살펴볼 계기를 제공한다.
현실의 관계에서는 상대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연인과 사소한 일로 다투면 자존심을 낮춰 갈등을 풀어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 동료와도 계속 얼굴을 마주하며 협업해야 한다. 의도와 다른 오해를 받거나 기대만큼 호감을 얻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반면 엄마와 AI가 제공하는 위안은 편안하고 안전하다. 다만 그것이 유일한 관계망이 되면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낯선 삶의 방식을 견디는 경험은 줄어들 수 있다.
타인과의 불편한 접촉은 사회적 자아를 넓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상대의 세계를 헤아리고, 선호하지 않는 사람과 일하며 타협점을 찾는다. 먼저 사과하고 화해하는 법도 실제 갈등을 통과하면서 익힌다. 알고리즘과 조건 없는 모성은 이런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 AI가 개인을 깊이 이해하는 시대에도 현실의 삶은 대신 살아주지 않는 만큼, 필요한 역량은 상처를 완전히 피하는 기술보다 상처를 겪은 뒤 다시 사람에게 다가가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