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2030세대가 선택한 '손기술'의 가치
핵심 요약
AI 대전환 속에서 2030세대가 배관, 목공 등 블루칼라 직종을 선호하며 기술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채용 플랫폼 조사에서 Z세대 68%가 블루칼라에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용접·전기 등 기술교육 참여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노동 조건 개선과 체계적 훈련이 뒷받침되면 사회적 인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뒤흔들며 고용 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2030세대가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블루칼라 직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배관, 목공, 미장 등 인간의 손기술과 신체 노동이 필요한 직업군이 사회적으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채용 플랫폼 캐치가 올해 5월 Z세대 구직자 1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블루칼라 직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5%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부정적 응답은 6%에 그쳤다.
마이스터고 출신 조우의 씨(27)는 배관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을 거쳐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그는 2017년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과 2019년 국제기능올림픽 배관 직종 금메달을 획득하며 기술 인재로 성장했다. 조 씨는 “배관 시공이나 설비 유지·보수는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준혁 씨(28)는 AI 붐 속에서 IT 개발 직군의 미래에 회의감을 느껴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로 전직했다. 그는 “코딩은 구조를 직접 짜야 하지만 안전관리는 정해진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이라 심리적 압박이 덜하다”고 말했다.
블루칼라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기술교육원 분석 결과, 용접 분야 청년 수강생 비중이 올 상반기 처음으로 59.7%를 기록했고, 전기 분야도 40%로 늘었다. 기술교육원은 이에 맞춰 하반기부터 청년특화과정을 운영한다. 정리해고를 겪은 노혜연 씨(35)는 외국 항공사 승무원에서 호주 타일 줄눈공으로 전향했고, 전업 투자자였던 임호빈 씨(37)는 목수가 되어 “주식보다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육체 노동의 가치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블루칼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려면 노동 조건 개선과 체계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사무직이 줄어들면 블루칼라로의 전직이 늘어야 하지만, 아직은 기피 대상”이라며 “노동 조건이 개선되고 숙련공 양성 훈련이 제공되면 사회적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블루칼라 선호는 단순한 취업난의 산물이 아니라, AI 시대에 더욱 가치 있는 ‘아날로그 노동’에 대한 재발견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