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 기술보다 일의 재설계에 달렸다
핵심 요약
AI 도입을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려면 직무 조정과 조직 재편이 필요하다. 전기와 컴퓨터도 업무 체계가 기술에 맞게 바뀐 뒤에야 생산성 도약을 이뤘다. AI를 노동 대체가 아닌 인간 능력 보완에 활용하면 임금 상승과 양극화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 도입만으로 기업과 국가의 생산성이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AI의 잠재력을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려면 기존 직무를 다시 조정하고 업무 과정과 조직 구조까지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경제학계의 핵심 과제도 생산성 도약의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대량 실업과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방안을 찾는 데 모이고 있다.
과거 전기와 컴퓨터의 확산 과정은 기술 교체만으로 혁신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1882년 전기 동력이 도입됐지만 본격적인 생산성 향상은 1920년대에 나타났다. 기업들이 개별 전기모터에 맞게 공장 배치와 조직을 바꾸고 근로자를 재교육한 뒤에야 포드식 조립라인을 통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는 약 40년이 걸렸다.
컴퓨터 역시 사회 구조와 기업 조직, 사업 관행이 새 기술을 중심으로 전환되기까지 15~20년이 필요했다. 199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전사적자원관리와 공급망관리, 인터넷 혁신이 결합하면서 정보기술 기반의 생산성 향상이 본격화됐다. AI의 전환 기간은 이보다 짧을 수 있지만, 단순한 도구 교체를 넘어 직무와 업무 방식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조건은 같다.
AI가 사람의 노동을 자동화하고 대체하는 방향으로 쓰이면 실업과 부의 집중이 심화할 수 있다. 반대로 복잡한 업무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는 직무 단순화에 활용하면 저숙련 근로자도 고부가가치 업무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루카스 알트호프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 7월 발표한 전미경제연구소 논문에서 이런 효과로 국가 평균임금과 생산성이 최대 21% 높아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I의 결과는 기술 자체보다 어떤 노동 구조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