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株 주도…한국 증시, 글로벌 투자심리 바로미터로 부상
핵심 요약
AI 관련 종목 비중이 큰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부상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거래 전 한국 증시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화됐으며, 코스피와 나스닥100의 상관계수도 5년 평균의 3배로 높아졌다. 다만 한국 증시 급락이 장기화되면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의 비중이 큰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자리 잡았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 시각) 한국의 4조 달러 규모 주식시장이 더 이상 주변부 시장이 아니라 투자심리를 측정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열풍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이 글로벌 반도체주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증시가 세계 시장의 위험 선호 심리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지표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런던, 뉴욕, 도쿄의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거래를 시작하기 전 한국 증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오르투스 어드바이저스의 앤드루 잭슨 일본 주식전략 책임자는 올해 초 20여 년의 경력에서 처음으로 코스피 차트를 핵심 관찰 대상에 추가했다. HSBC의 헤럴드 반 데어 린데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책임자는 “요즘 한국은 모든 회의에서 논의된다”고 말했다. 런던의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하니 레다도 “이제 우리는 모두 한국 투자자”라며 매일 아침 한국 증시를 살펴 AI 투자심리를 파악한다고 전했다.
한국 증시를 중심으로 글로벌 AI 관련주의 거래가 24시간 이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시장이 마감된 뒤에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와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어받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증시가 하락할 때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한국 증시 약세 국면에서 나스닥100지수가 코스피 움직임에 반응하는 민감도는 지난 7일 1990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통계에서도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연계성이 확인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나스닥100지수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최근 2년 내 최고 수준에 근접했으며,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0.16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반 파인세스 티그리스파이낸셜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은 사실상 나스닥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동일한 변동성 생태계에 편입됐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코스피는 이제 미국 AI와 반도체 관련 위험을 보여주는 장전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 급락이 장기화할 경우 이러한 영향력은 다시 약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