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가 바꾼 수출 판도…한국·대만 일본 앞서
핵심 요약
한국과 대만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다. AI 확산에 힘입은 집적회로 수출이 두 나라의 약 50%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일본은 제조장비에서 우위를 지켰지만 첨단 반도체 최종 제품 수출에서는 격차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대만의 수출액이 각각 4963억 달러와 4166억 달러를 기록하며 일본의 3844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상반기 수출 규모에서 두 나라가 나란히 일본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지능 산업 확산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점이 수출 순위 변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증가 속도에서도 차이가 컸다. 일본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미만 늘어난 사이 한국과 대만은 각각 5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의 집적회로 수출액은 상반기에만 1490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섰고, 대만도 1332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두 나라 모두 약 30%에 달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AI용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해 늘어난 세계 수요를 흡수했다. 일본의 집적회로 수출액은 21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5%에 그쳤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최종 제품인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는 한국과 대만보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작았다.
제조장비 수출에서는 일본이 150억 달러로 한국의 52억 달러와 대만의 35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장비는 한 차례 설치하면 장기간 사용하는 특성이 있어 AI 반도체처럼 수요가 빠르게 늘어도 수출 증가 폭에는 한계가 있다. 최종 제품 생산국이 더 큰 부가가치를 확보하는 구조가 두드러진 가운데, 엔화 약세도 일본의 달러 환산 수출액에 일부 영향을 줬다. 원화와 대만 달러 역시 달러 대비 약세였다는 점에서 환율만으로 세 나라의 격차를 설명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