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품귀에 5년 묶인 공급계약 확산
핵심 요약
마이크론이 구매 의무와 가격 하한을 담은 최대 5년짜리 전략적 고객 계약을 도입했다. 공개된 계약 16건의 현금 선수금과 현금성 약정은 220억달러 규모다. AI 메모리 물량을 선점하려는 고객과 장기 수요를 확보하려는 제조사의 이해가 맞물렸다.
인공지능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고객의 구매 의무를 최대 5년간 유지하는 전략적 고객 계약(SCA)을 도입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10일 미국 유타주 디어밸리에서 계약 조건을 공개했다. 약정 물량을 인수하지 않아도 대금을 내는 구조와 가격 하한을 결합해 장기 설비투자에 필요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분야 등 일부 고객의 계약 기간은 3년이며, 대다수 계약은 2030년 말까지 약 5년간 지속된다. 계약에는 고객이 중도에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 조항이 없고, ‘테이크 오어 페이’ 조건이 적용된다. 지난 6월 공개된 SCA는 16건으로, 현금 선수금과 현금성 약정 규모는 220억달러다. 이 가운데 실제 현금은 180억달러를 차지한다.
계약 가격은 일부가 시장가격에 연동되지만 대부분 상한과 하한을 둔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 마이크론은 가격 하한에서도 확보할 수 있는 매출총이익 수준이 과거 업계 호황기의 어떤 정점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장기간 진행되는 설비투자에서 높은 투자수익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장기공급계약은 기간이 12개월에 그치고 구매를 강제하지 않아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었다.
강화된 조건이 자리 잡은 배경에는 HBM을 포함한 AI 메모리 수요 급증과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늘리기 어려운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 있다. 고객에게는 가격 못지않게 필요한 시점의 물량 확보가 중요해졌고, 차세대 AI 가속기 설계부터 메모리 개발·인증·양산까지 수년간 협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마이크론은 SCA를 연구개발과 제품 로드맵 협업에도 활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주요 고객과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하면서 AI 수요가 메모리 거래 관행까지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