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뒤섞은 철학 명언, 원전 확인이 답이다
핵심 요약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은 그의 저서에서 그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하나의 영혼’은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속 오레스테스와 필라데스의 절대적 우정과 연결된다. 생성형 AI가 잘못된 출처와 문헌을 재생산할 수 있어 학술적 인용에는 원전 확인이 필요하다.
“우정은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는 문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으로 널리 유통되지만, 그의 대표적 우정론이 담긴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는 같은 문구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 책 제8권과 제9권은 필리아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제9권에 나오는 ‘하나의 영혼’이라는 표현의 출처도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이 아닌 고대 그리스 극작가 에우리피데스로 제시돼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오레스테스’에는 사형 위기에 놓인 오레스테스와 끝까지 곁을 지키는 필라데스의 관계를 나타내는 ‘하나의 영혼’이 등장한다. 망명지에서 함께 자란 사촌인 두 사람은 죽음까지 나누려 한다.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도 한 명이 제물이 될 상황에 놓이자 서로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나선다. 삶과 죽음의 운명을 함께하는 유대가 후대에 보편적 우정의 격언으로 굳어지며 발화자가 뒤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생성형 AI 제미나이는 해당 문장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서 유래했다고 답했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과 관련된 표현이 아니냐는 재질문에도 편집상 오류라며 기존 설명을 유지하다가 뒤늦게 답을 수정했다. 니체의 글에서도 편집·번역된 문장이나 재창작된 시가 원작처럼 유통된 사례가 있으며, 독일어 원전뿐 아니라 한글과 영어 번역본을 대조해야 오류를 가려낼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문헌과 참고자료를 AI가 그럴듯하게 구성할 위험도 학문적 신뢰를 위협한다. 인간이 만든 부정확한 정보가 다시 데이터에 포함돼 요약된 지식으로 재생산되고,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진품과 가품이 빠르게 섞여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이나 대학 리포트처럼 정확성이 요구되는 글에서는 AI 답변을 참고하는 데 그치고 실제 책과 원전을 확인해야 한다. 철학 연구자가 독일어·한자·프랑스어 등 연구 대상의 언어를 익히는 이유도 번역 과정의 오류를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