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답하는 교실, 질문과 오류의 가치 커진다
핵심 요약
AI가 정답을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질문과 반론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수학사는 오류와 논쟁이 새로운 개념과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교육은 오답을 제거하기보다 탐구하고 반론을 훈련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클릭 한 번으로 정답을 제시하는 환경에서는 답을 찾아내는 능력보다 기존 답에 반론을 제기하고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역량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교육 방향이 제시됐다. 정답이 흔해질수록 그 가치는 낮아지고, 무엇을 묻고 검토할지 판단하는 보완 능력의 가치는 커진다는 문제의식이다.
지난달 23일 웅진재단 수학영재 장학생 멘토링 행사에 참석한 김민형 에든버러대 교수는 수학의 발전을 치열한 질문과 반론이 뒤엉킨 과정으로 설명했다. 필즈상 수상자 게르트 팔팅스가 1988년 발표한 ‘p진 호지 이론’ 논문은 논리적 비약과 오류로 당대에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없었지만, 이후 24년간 연구 과제를 낳았다. 페터 숄체는 이 논의를 발전시켜 ‘퍼펙토이드 공간’을 제시했고 필즈상을 받았다.
이 사례는 결함 있는 논리와 잘못된 추측도 연구자가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학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계산기가 계산을 일상적인 일로 만들면서 무엇을 계산할지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처럼, AI가 정답 생산을 맡을수록 통찰력 있는 질문과 생산적인 오류가 인간의 창조성을 가르는 요소로 부상한다. 구성원 사이에 질문과 반론이 활발하게 오가는 환경도 가치 창출의 조건이 된다.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답을 요구하고 오답을 제거 대상으로 다루는 한국 교육은 이런 변화와 반대 방향에 놓여 있다. 국제바칼로레아 수업에서 ‘미분이 무엇인가’를 두세 시간 동안 탐구한 사례는 진도 지연이 아니라 개념을 만든 질문과 반론을 재구성한 과정으로 평가됐다. 박하식 전 민사고 교장도 일반 공립학교 학생들이 명문대 학생들에 뒤지지 않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힘을 확인했다. 앞으로의 교실은 정답을 맞히는 훈련에서 벗어나 ‘왜’를 묻고 반론을 세우며 오답과 씨름하는 공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