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지킨 정대기 묵죽 병풍, 진주 품으로
핵심 요약
남가람박물관이 심천보로부터 정대기의 1934년작 묵죽화 병풍을 기증받았다. 이 작품은 정대기와 심우섭의 교분을 계기로 심훈 가문에서 약 92년간 보존됐다. 병풍은 근대미술과 독립운동사, 문학사를 연결하는 역사·학술 자료로 평가된다.
경남 진주 남가람박물관이 벽산 정대기의 1934년작 ‘묵죽화 8폭 병풍’을 소장하게 됐다. 작품은 소설 ‘상록수’를 쓴 심훈의 종손 심천보가 지난 7월 24일 기증했다. 심훈 가문에서 약 92년 동안 대대로 보존해 온 병풍이 정대기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진주로 돌아오면서 시민에게 공개하고 후대에 전할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 병풍은 정대기와 심훈의 형 심우섭이 나눈 깊은 교분을 계기로 심훈 가문에 전해졌다. 기증자 심천보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이승만기념사업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집안에서 간직해 온 작품을 박물관에 내놓으면서 개인 소장품이 지역사회와 공유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1886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1953년 세상을 떠난 정대기는 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이자 묵죽화가다. 1928년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에 이어 1931년 서화협회전 특선, 1934년 일본 태동서도원전 입선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광복 뒤에는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초대 추천작가와 심사위원을 맡으며 한국 화단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심훈은 민족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저항시인이며, 일제강점기 광복과 민족 독립을 위해 활동한 독립운동가였다. 이번 병풍은 근대 한국 묵죽화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립운동가이자 화가였던 정대기와 항일 문학을 이끈 심훈 가문의 인연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남가람박물관은 근대미술과 독립운동사, 문학사를 함께 잇는 작품을 시민과 공유하고 후대에 전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