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예산, 반도체 세수 의존에 재정 위험 확대
핵심 요약
정부가 국내총생산의 약 30%에 이르는 800조원대 내년 예산을 예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급증 전망이 재정 확대의 주요 기반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 금리·환율·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내년 800조원대 예산 집행을 예고하면서 재정 확대의 지속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7년 400조원 수준이던 예산이 1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2663조원인 국내총생산의 약 30%에 해당한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부양과 취약계층 보호, 미래 산업 지원을 재정 확대의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예산 편성의 재원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가 주목받고 있다. 두 회사가 내년에 낼 법인세는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합산 법인세 납부액은 2024년 1조3443억원, 지난해 8조4707억원이었다. 반도체 실적에 따라 세수가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내년 전망치를 안정적인 수입으로 전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은 한 번 확대되면 고정 지출의 성격이 강해 정치적으로 축소하기 쉽지 않다. 반면 반도체 법인세는 업황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증가한 뒤 다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대 들어 정부가 해마다 100조원 안팎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 온 상황에서 세입이 감소하고 지출이 유지되면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2020년대 후반이나 2030년대 초반 반도체 업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연간 재정 적자가 15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 신인도 저하와 국채 가격 하락, 국채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재정 집행은 원화 유통량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을 키우고 집값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정부가 돈을 푸는 동안 한국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는 정책 충돌도 내년에 한층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