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번영의 궤적에서 찾은 지구 위기의 뿌리
핵심 요약
수닐 암리스가 지난 800년간 인류의 자유와 번영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했다. 제국의 팽창과 대항해시대, 산업혁명은 세계를 연결하는 동시에 수탈과 생태계 훼손을 낳았다. 오늘의 기후 위기와 불평등, 국제 분쟁은 문명적 성취의 대가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역사학자 수닐 암리스 예일대 석좌교수의 신간 ‘번영의 대가’는 인류가 자연의 제약을 넘어 자유와 풍요를 확대해 온 지난 800년을 되짚는다.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질병을 극복하고 자연을 이용하는 능력을 키운 과정이 기후 위기와 세계적 불평등, 국제 분쟁으로 이어진 문명의 역설을 생물학·지리학·인류학·경제학의 관점까지 아울러 살핀다.
책의 출발점은 1218년 몽골 행정가 야율초재의 행차와 몽골제국의 팽창이다. 유목 사회에서 출발한 제국은 유라시아의 생태계와 사람, 물자를 연결하며 농경 문화까지 포괄했다. 대항해시대에는 향신료와 금을 좇은 항해가 세계를 교역망으로 묶었고, 유럽의 작물과 가축, 질병이 신대륙을 뒤흔들었다. 숲은 플랜테이션으로 바뀌었으며 원주민 다수가 전염병으로 숨지고 1천만명 넘는 노예가 수백 년에 걸쳐 농장으로 팔려 갔다.
19세기 산업혁명은 자연을 다루는 인간의 힘을 다시 크게 확장했다. 석탄과 석유가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증기기관과 철도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낮추면서 생산성이 급증했다. 위생과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도 크게 늘어 빈곤과 기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다. 그러나 자원 소비가 자연의 회복 속도를 앞지르면서 산과 바다, 초원과 대지가 훼손됐고, 이러한 흐름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지나며 더욱 빨라졌다.
암리스는 신대륙 개척과 산업혁명, 세계대전을 거친 인류가 자연에 순응하는 존재에서 지구 환경을 재편하는 존재로 변했다고 진단한다. 자유를 넓히는 과정에서 자연뿐 아니라 다른 인간의 자유도 빼앗았다는 점도 함께 짚는다. 환경 문제와 사회정의, 경제적 권한은 서로 떼어 볼 수 없으며, 오늘의 위기는 문명의 실패라기보다 성공과 성취가 남긴 그늘이라는 해석이다. 추선영이 옮긴 이 책은 이봄에서 출간됐으며 모두 576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