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층 호텔을 누비며 완성하는 각자의 ‘맥베스’
핵심 요약
관객이 7층 호텔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각자의 시점으로 ‘맥베스’를 완성한다. 약 100개 방에서 20여 명의 배우가 대사 없이 동시에 이야기를 펼친다. 모든 장면을 한 번에 보기 어려운 구조가 다양한 관람 경험과 재관람을 이끈다.
하얀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객석 대신 7층짜리 건물 전체로 흩어진다. 서울 중구 매키탄 호텔에서 5일 열린 ‘슬립노모어’는 약 100개의 방에서 20여 명의 인물이 동시에 연기하는 이머시브 공연이다. 관객은 정해진 자리나 관람 순서 없이 배우를 뒤따르거나 호텔 내부를 탐색하며 작품 속 사건을 직접 조합한다.
관객마다 출발점도 다르다. 초반 안내를 맡은 배우들이 입장객을 나누면 누군가는 6층 ‘황야’에서 간호사를 만나고, 그의 동선을 따라가다 맥베스 부인과 맥베스, 예언을 내리는 마녀들과 마주한다. 특정 인물을 따라 층을 옮기거나 도중에 다른 장면을 선택할 수 있어 같은 회차를 보더라도 관객별로 접하는 배우와 장소, 사건의 순서가 달라진다.
2003년 영국에서 처음 제작된 이 작품은 뉴욕과 상하이를 거쳐 지난해 7월 국내 초연을 시작했다.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의 큰 줄거리를 유지하면서 시대적 배경을 1930년대 스코틀랜드로 옮겼고, 미스터리한 복도와 긴장감 있는 음악, ‘맨덜리’ 바 등 앨프리드 히치콕 영화의 분위기를 연출에 반영했다. 배우들은 대사 없이 무용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자유로운 관람 방식은 수많은 시점을 제공하지만 한 번에 모든 서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사전 정보가 없으면 인물 관계와 흐름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7개 층을 계속 오르내려야 해 체력도 필요하다. 반면 놓친 장면과 다른 인물의 행적을 직접 확인하려는 호기심은 재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연은 오픈런으로 운영되며 6일 현재 9월 회차까지 예매할 수 있고, 이후 일정은 1∼2개월 단위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