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도 철판 드는 건설현장, 폭염 보호는 빈틈
핵심 요약
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체감온도는 34도, 작업용 철판은 70도를 넘었다. 건설 노동자 설문에서 절반가량은 폭염에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냉방·보냉 장비 확충과 작업 시간 조정, 임금 감소를 고려한 대책이 요구된다.
12일 낮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그늘을 찾기 어려운 뙤약볕 아래 작업이 이어졌다. 현장 체감온도는 34도였고, 노동자들이 옮기던 철판의 표면 온도는 70도를 넘었다. 열화상카메라에는 달궈진 지표면과 작업자의 헬멧이 모두 붉게 나타났다. 철판 운반에 잠시 참여한 취재진도 무게와 뜨거움을 견디기 어려웠고, 짧은 작업 뒤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체감온도가 기준선인 33도를 넘자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매시간 15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했다. 휴게 공간에는 냉방 장치도 가동되고 있었다. 다만 이날 확인한 공사장은 다른 곳보다 작업 여건이 나은 편이었다. 건설 노동자 하근주는 현장에서 일해 온 기간 가운데 올해 더위가 가장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야외 작업자들이 마주한 열기는 기온 수치만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올여름 건설현장 근로자 2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민주노총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폭염 중에도 작업 중단 지시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따라 제공돼야 하는 작업장 냉방시설과 개인용 보냉장구를 모두 받은 노동자는 20.6%에 그쳤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더위를 견디며 작업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주에는 작업을 아예 멈춘 건설현장도 많았지만, 휴업한 만큼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뒤따랐다. 현장에서는 무더운 시간대를 피해 새벽에 일찍 작업을 시작하는 조출 등 시간 조정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 강도가 높은 야외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현장 보건·안전 감시를 강화하고, 폭염 때 출근과 작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