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명 월경에 흔들린 세우타와 유럽의 국경
핵심 요약
모로코 주민 6만여 명이 이틀 동안 세우타로 들어오며 유럽의 국경 통제에 비상이 걸렸다. 사태에는 스페인의 월경지 역사와 모로코·알제리의 서사하라 갈등이 맞물려 있다. EU 이민 협약과 솅겐 체제가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유럽과 미국의 선거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 해안에 자리한 스페인령 세우타가 유럽의 이민·국경 정치가 충돌하는 현장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모로코 주민 6만여 명이 바다를 건너 세우타로 들어왔다. 이는 세우타 인구 8만7천 명의 약 70%에 해당한다. 유럽연합은 불법 이민 대응과 공동 국경 통제에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입국의 직접적 계기로는 해상으로 들어온 이주민을 즉시 송환할 수 없다는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이 꼽힌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모로코의 경쟁국인 알제리를 방문해 관계 개선에 나선 직후 사태가 발생하면서 모로코가 국경 관리를 느슨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모로코는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세우타는 스페인 본토와 떨어진 월경지이며, 인근 멜리야도 스페인의 아프리카 영토다. 세우타는 1415년 포르투갈에 점령된 뒤 1668년 스페인령으로 확정됐다. 과거 유럽의 아프리카 진출 기지였던 곳이 600년 뒤 아프리카 이주민의 유럽행 관문이 됐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1963년 ‘모래전쟁’을 치렀고, 1975년 스페인 철수 이후에는 서사하라를 둘러싸고 대립해 왔다. 모로코는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알제리는 폴리사리오전선을 지원한다.
파장은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연결된 해상·항공 국경을 일시 폐쇄했고 프랑스는 검문을 강화했다. EU 27개국 가운데 22개국 정상은 통제되지 않은 대규모 월경이 공동 이민정책의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발효된 새 이민·망명 협약과 솅겐 체제도 시험대에 올랐다. 극우 정당들은 반이민 여론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사태를 이민 통제 공세에 사용하고 있다. 내년 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그리스 선거에서도 이민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