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걸린 첫 학술적 ‘삼국유사’ 완역
핵심 요약
3대 사제의 약 60년 작업 끝에 삼국유사 첫 학술적 영어 완역본이 출간됐다. 590쪽 번역본에는 80쪽의 각주와 약 30쪽의 문헌 해제가 수록됐다. 브뢰커 교수는 여러 사상과 상충하는 목소리의 공존을 삼국유사의 핵심 가치로 짚었다.
렘코 브뢰커(54) 네덜란드 레이던대 한국학과 교수가 바우데베인 발라번(79) 명예교수와 함께 완성한 ‘삼국유사’ 영어판이 지난해 10월 미국 하와이대 출판부에서 출간됐다. ‘고대 한국 삼국의 흔적’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프리츠 포스(1918~2000) 교수가 1960년대 초 시작한 작업을 3대에 걸친 사제들이 약 60년 만에 마무리한 학술적 완역본이다.
브뢰커 교수는 2009년 포스 교수가 약 90% 번역한 초고를 넘겨받아 2010년부터 보완과 주석 작업을 진행했다. 당초 3년으로 예상했던 작업은 16년이 걸렸고 교정에만 2년 이상이 들었다. 590쪽 분량의 책에는 각주 80쪽과 브뢰커 교수·그레이스 고 런던대 소아스 교수가 문헌의 전승과 수용을 다룬 약 30쪽의 해제가 실렸다. 가장 어려운 향가 번역은 발라번 교수가 주로 맡았다.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이 1281년 무렵 편찬한 삼국유사는 고조선부터 후삼국까지 정사에서 빠진 기록을 모은 책이다. 단군신화와 처용·서동 이야기를 담았으며 현전 향가 25수 가운데 14수를 전한다. 브뢰커 교수는 완역 과정에서 왕력에 단군이 빠지고 가락국은 비중 있게 등장하는 점, 대목마다 문체가 크게 달라지는 점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삼국유사를 하나의 논리나 가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불교뿐 아니라 도교·풍수지리·무교·유교적 도덕관념까지 공존하는 것이 삼국유사의 핵심 가치라고 봤다. 편찬자의 원주가 서로 다른 가능성을 남겨둔 점에도 주목했다. 삼국유사를 유교적 삼국사기와 대립시키는 해석에는 선을 그으며, 삼국사기의 역사적 윤곽을 따르면서 빠진 내용을 채운 보완물로 규정했다. 고려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편찬 의도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