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흩어진 성종실록, 부산서 한자리에
핵심 요약
조선 4대 사고의 성종실록이 부산박물관에서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북한으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진 적상산본의 국내 잔존 책도 공개됐다. 왕실 기록과 상징물, 어진, 조선통신사 유산을 아우르는 전시는 30일까지 열린다.
전쟁과 재난, 국외 반출을 거치며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조선 4대 사고의 성종실록이 부산 대연동 부산박물관의 특별전 ‘조선의 기록과 문화 만세에 전하노니’에서 한 진열장에 모였다. 정족산·오대산·적상산·태백산 사고본을 함께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부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기념해 국립고궁박물관과 부산박물관이 공동 기획했으며 30일까지 이어진다.
전주사고에서 임진왜란의 화마를 피한 뒤 강화 정족산사고에 보관된 밀랍본, 일제강점기 도쿄제국대로 옮겨졌다가 1923년 간토지진 때 대부분 소실되고 남은 오대산본, 부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태백산본이 나란히 놓였다. 특히 북한으로 모두 반출된 것으로 여겨졌던 적상산본 가운데 국내에 남은 ‘성종실록 권3’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에는 성종이 신하들에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도록 명한 내용이 담겼다.
적상산본은 한일병합 뒤 무주 적상산 사고에서 창경궁 장서각으로 옮겨졌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8일 김일성은 백남운에게 실록을 후방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고, 홍기문 등 북한 학계 관계자들이 인민군 호위 아래 장서각으로 향했다. 관리자 없이 남아 있던 1800여 책은 군 트럭에 실려 평양 최고사령부로 운반됐다. 그러나 2019년 조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광해군일기’ 1책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의 성종·인조·효종실록이 국내에 남은 사실이 확인됐다.
전시장에는 1393년 태조 이성계가 팔만대장경 전질을 인쇄해 개경 연복사 5층탑에 봉안하며 지은 발문과 1413년 처음 편찬된 ‘태조실록’ 첫째 권도 나왔다. ‘승정원일기’와 ‘일성록’, 조선왕조 의궤를 비롯해 단종과 정순왕후 복위 옥책, 영조가 정조에게 내린 은인도 선보인다. 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했던 영조·철종 어진은 72년 만에 돌아왔고, 동궐도와 청화백자항아리, 초량왜관도, 조선통신사 행렬도는 왕실 기록에서 부산의 대일외교 역사까지 전시의 폭을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