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계약이 재편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핵심 요약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량과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5년이 중심이며 물량 고정·가격 연동과 취소 방지 조항이 강화됐다. 판매 안정성은 높아졌지만 현물가격 상승과 중소 수요처 부담, 불황기 계약 이행 위험도 커졌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장기공급계약(LTA)이 반도체 업체의 핵심 판매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체 생산 능력의 60~70%, 키옥시아는 2028년 물량의 50%, 마이크론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장기계약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량 대부분을 미리 배정해 판매 안정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기업 간 고정거래는 통상 분기 단위였고 과거 호황기의 LTA도 주로 1년 계약이었지만, 최근에는 5년 계약과 매년 만기를 1년씩 연장하는 롤링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030년까지 적용되는 협약을 체결했고, 삼성전자는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고객과 계약을 마친 데 이어 대형 고객 5곳과 추가 협상을 진행했다. SK하이닉스도 10여 고객과 협상을 마무리했다.
계약은 물량을 확정하되 가격은 시세에 연동하는 구조가 주류다. 삼성전자 계약은 분기별 가격 하락 폭을 최대 5%로 제한하면서 인상 폭에는 명시적 상한을 두지 않은 형태이고, 마이크론은 가격 상·하한을 정한 밴드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취소를 막기 위한 테이크오어페이와 다년 선수금 조항도 도입됐다. 빅테크는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도 물량 확보와 가격 급등 억제를 위해 계약에 나서고 있다.
장기계약 밖의 공급은 빠르게 줄고 있다. 8월 9일 DDR4 8Gb 평균 현물가는 42.45달러로 7월 평균 고정거래가격 24달러보다 77% 높았다. 중견·중소 수요처의 비용과 납기 부담이 커지면서 델·HP·레노버는 PC 가격을 15~20% 올렸고 스마트폰 업체들은 메모리 용량을 줄이고 있다. 수년 치 수요를 확보한 메모리 산업은 경기 순환형 사업에서 수주형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AI 수익화가 부진하면 고객사가 위약을 감수하고 물량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시험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