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조 해약준비금, 보험사 건전성 규제 압박
핵심 요약
해약준비금이 58조1000억원으로 불어나 보험사의 배당과 기본자본 비율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준비금이 이익잉여금에 근접해 초과액을 기본자본에서 차감할 위험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대량해지율을 보장성 25%, 저축성 35%로 낮추는 근본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2023년 도입된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제한하는 데 이어 기본자본 비율까지 떨어뜨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6월 말 준비금은 58조1000억원으로 제도 도입 직전의 23조7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은 대량 해지 가정을 낮추는 등 제도 전반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약준비금이 이익잉여금을 넘으면 초과액을 기본자본 비율에서 차감해야 한다. 한화생명의 준비금은 7조1097억원으로 이익잉여금 7조3131억원의 97.2%에 달했고, 기본자본 K-ICS 비율도 규제 기준 50%에 가까운 58%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 중 농협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DB생명, 손해보험사 중 농협손해보험·흥국화재·롯데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도 자본비율이 낮아질 위험에 놓였다.
보험사는 IFRS17 도입 이후 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이 금액이 과거 원가 기준 해약환급금보다 작으면 차액을 해약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대량 해지 때 환급금을 지급하기 위한 안전장치지만, 고금리와 과도한 신계약 경쟁, 80~100%에 이르는 보수적인 대량해지율 가정이 겹치며 적립 규모가 빠르게 불어났다. 준비금은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돼 한화생명·현대해상·KB손해보험·신한라이프 등은 수천억원의 연간 이익에도 배당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기본자본 비율 50% 규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보험사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이에 맞춰 해약준비금 산정 때 적용하는 대량해지율을 보장성보험 25%, 저축성보험 35%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계약 초기에 적자를 기록한 뒤 흑자로 전환되는 음수 부채 계약의 준비금을 0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개선안에 포함돼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