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폭염 막아낸 외단열·외부 블라인드
핵심 요약
서울의 기온이 38도까지 오른 날 노원에너지제로주택은 실내 온도 28도를 유지했다. 외단열과 삼중 유리, 외부 블라인드, 열회수형 환기장치가 열 유입과 냉기 손실을 줄였다. 에너지 자립률 98%를 구현한 주거 모델은 폭염 시대의 기후 적응 기반시설로 주목된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오후 3시께 노원구의 낮 최고기온은 38도까지 올랐지만, 박무랑씨가 사는 노원에너지제로주택의 실내 온도는 28도에 머물렀다. 박씨는 낮 동안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사용하고, 가족이 모두 모이는 저녁에 주로 냉방기를 가동한다. 현관 밖의 거센 열기와 달리 집 안에서는 더위를 견딜 만한 상태가 유지됐다.
실내 온도 상승을 억제한 핵심은 외부 열의 유입을 줄이는 패시브 설계다. 외벽에는 28㎝ 두께 단열재를 붙였고, 창에는 47㎜ 특수코팅 삼중 유리를 적용했다. 현관문도 진공 단열재와 이중 고무패킹으로 열이 새어 드는 틈을 줄였다. 특히 창밖 전동 블라인드는 햇빛의 75~80%를 차단한다. 유리를 지난 햇빛을 실내에서 가릴 때 차단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한계를 외부 차양으로 보완한 것이다.
단지는 여름철 실내 온도를 26~28도, 겨울철에는 20~22도 수준으로 유지하며 냉난방과 온수는 지열 히트펌프로 공급한다.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빠져나가는 실내 공기에서 냉기를 회수해 외부 공기를 식힌 뒤 들여보낸다. 옥상과 건물 동·서·남쪽 외벽의 태양광 패널, 지열 시스템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해 자립률 98%를 달성했다. 연간 에너지 요구량도 2020년 48만3100㎾h로, 2009년 한국 평균 공동주택의 121만5402㎾h보다 약 60% 적었다.
2017년 11월 준공된 이곳은 아파트 3개 동 106가구와 연립주택 9가구, 단독주택 2가구 등 121가구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실증단지다. 노원구·국토교통부·서울시가 여러 주택 유형의 에너지 자립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조성했다. 2023~2025년 서울의 온열질환 사망자 6명 중 3명이 집 안에서 쓰러지거나 의식을 잃은 만큼 이런 건축은 기후 적응 기반시설로도 주목된다. 다만 2023년 공공건축물에 의무화된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과 지난해 민간 공동주택에 적용된 5등급 수준은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을 요구하는 최저 단계여서, 폭염과 한파 속 주거 안전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인식을 넓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