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도 넘자 지갑 닫혔다…폭염이 바꾼 일본 도시
핵심 요약
일본의 기록적인 폭염이 야외 활동을 줄이며 걷기 좋은 도시 정책과 지역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 주요 도시의 소비는 최고기온이 35.7도를 넘으면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행사 시기 조정과 영업 중단이 이어지면서 그늘막·쉼터 중심의 도시 인프라 재편 요구가 커졌다.
일본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이 야외 활동과 소비를 동시에 위축시키며 도시 정책의 방향까지 흔들고 있다. 사이타마시를 비롯한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해 온 ‘걷기 좋은 도시’ 사업은 온열질환을 우려한 시민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 거리 체류 인구 감소가 상권과 행사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7∼8월 평일의 주요 도시 최고기온과 소비 흐름을 분석한 결과, 기온 상승과 함께 늘던 소비는 최고기온이 35.7도를 넘는 시점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더운 날씨가 경기를 자극한다는 기존 인식이 극심한 폭염에는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도쿄에서는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날이 29일, 30도 이상인 날이 88일에 달했다.
야외 관광과 지역 행사의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여러 지역이 불꽃놀이 개최 시기를 여름에서 가을로 옮기고 있으며, 강가에 데크를 설치해 강바람을 맞으며 식음료를 즐기는 교토의 ‘노료유카’에서는 여름철 점심 영업을 중단하는 업소가 나오고 있다. 폭염이 특정 상품의 판매뿐 아니라 시민의 이동 시간과 지역 고유의 계절 영업까지 바꾸고 있다.
도시 공간을 폭염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차양막과 쉼터, 가로수 등 보행자가 더위를 피할 시설을 확대하고 그늘막을 전기·수도처럼 필수적인 도시 기반시설로 다뤄야 한다는 제안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2021년 세계 최초로 최고열관리책임자를 두고 가로수와 쉼터를 정비했으며, 서울도 시내 약 5000곳에 그늘막 공간을 설치해 폭염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