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차례 구조 요청 끝에 피고인이 된 여성
핵심 요약
교제폭력을 31차례 신고한 김희원씨가 상대방의 사망 사건으로 수감됐다. 김씨는 교도소 생활 중 고립과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폭력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출소 후 어머니와 함께할 삶을 꿈꿨다.
교제폭력 피해를 거듭 신고했던 김희원(가명)씨는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김씨는 교제 상대였던 이무영(가명)씨의 폭력을 2019년부터 경찰에 31차례 신고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11일 오전 3시께 한 행인이 불이 난 집을 발견했고, 김씨가 지른 불로 이씨가 숨졌다. 오랜 기간 피해를 호소했던 김씨는 결국 사망 사건의 피고인이 됐다.
지난 2월 5일 오후 2시 30분 접견실에 들어온 김씨는 청록색 수형복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팔목에는 머리끈 두 개와 묵주팔찌가 보였고, 묶은 머리끝에는 갈색 염색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방이 자주 바뀌어 다른 수용자들과 계속 부딪히는 일이 힘들다면서 “살고 싶지가 않아요”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되묻던 김씨는 다른 수용자나 교도관과 대화하지 않으며, 감정을 참기 어려울 때 화장실에서 혼자 운다고 털어놨다.
교도관은 접견 도중 문을 열어 사건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고 일상적인 내용만 물으라고 거듭 요구했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김씨의 말은 점차 느려지고 목소리도 낮아졌다. 접견 종료 안내가 나오자 교도관은 즉시 나가라고 손짓했고, 김씨는 주변을 살핀 뒤 말없이 돌아섰다. 항소심 대리인이었던 이한선 법무법인 와이앤비 대표 변호사는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때까지 사회가 무엇을 했는지 물으며 사건의 경과를 되짚고 있다.
김씨는 지난 4월 6일 이 변호사와의 화상 접견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씨를 만나기 전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만남이 없었다면 자신은 폭력을 당하지 않고 이씨도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소 뒤에는 어린 시절부터 떨어져 지낸 어머니와 목욕탕에 가고, 네일아트를 배우며 함께 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한 장을 빼곡히 채운 편지에는 힘없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남성의 폭력이 사라지기를 바란다는 호소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