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차례 신고 뒤 뒤바뀐 피해자와 피고인
핵심 요약
김희원씨는 교제폭력을 31차례 신고했지만 반복된 폭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무영씨의 출소 일주일 뒤 다시 폭행당한 김씨는 불을 질렀고 이씨가 숨졌다. 수년간 분산 처리된 신고 이력과 상습 구타의 전모는 김씨의 항소심에서 확인됐다.
김희원씨는 2019년 7월부터 남자친구 이무영씨의 폭행과 협박을 경찰에 31차례 신고했다. 그러나 반복된 구조 요청에도 폭력은 끊기지 않았다. 2024년 5월 4일 출소한 이씨는 일주일 뒤인 11일 함께 술을 마시던 김씨를 다시 때렸다. 턱이 찢어지고 옷에 피가 묻을 정도로 폭행당한 김씨는 잠든 이씨 근처의 이불포에 불을 붙였다. 이씨가 숨지면서 오랜 교제폭력의 피해자였던 김씨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사건의 피고인이 됐다.
첫 신고는 2019년 7월 29일 새벽 군산에서 접수됐다. 같은 해 특수협박과 특수상해, 폭행 신고가 잇따랐지만 여러 사건이 공소권 없음이나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한 형사가 맡은 7건은 모두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넘어간 뒤 불기소로 끝났다. 2021년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시행 뒤에도 불입건과 불송치가 이어졌다. 김씨의 신고를 처리한 인력은 8개 수사팀 소속 12명에 달했지만, 누적된 폭력은 하나의 연속된 위험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씨는 2021년 11월 김씨의 얼굴과 몸을 여러 차례 때려 안와골절 등 6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고, 퇴거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첫 신고 후 약 2년 9개월 만에 징역 6개월이 선고됐지만, 앞선 12차례 신고 이력은 당시 판결에 담기지 않았다. 2022년 5월 출소한 뒤 폭력은 재개됐다. 그해 6월부터 9월까지 신고가 10차례 이어졌고, 이 가운데 여성청소년수사팀이 맡은 6건은 불입건 4건과 불송치 2건으로 종결됐다.
이씨는 이후 김씨의 목을 조르고 얼굴과 머리를 때렸으며, 부엌칼과 담뱃불을 사용한 특수상해도 저질렀다. 2023년 봄 신고 간격은 짧아졌고, 5월 8일 오전 두 번째 신고는 아무 내용 없이 끊긴 채 마지막 구조 요청으로 남았다. 법원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의 상해·폭행·주거침입 등을 유죄로 인정해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씨의 방화 사건 항소심에서는 약 4년간 이어진 상습 구타와 다수 사건이 불입건 또는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 경위가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