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병상 지킨 우정, 23년 뒤에도 이어진 동행
핵심 요약
임종 준비를 권고받은 형종이 곁을 친구 홍석이가 30여 일 동안 지켰다. 형종이는 자녀와 재산, 유골, 산악회비에 관한 마지막 부탁을 홍석이에게 남겼다. 재수술에 성공한 형종이는 23년이 지난 현재도 상당히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수술 뒤에도 병세가 나아지지 않아 임종 준비를 권고받았던 형종이는 재수술 끝에 위기를 넘기고 23년이 지난 현재 상당히 건강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당시 소식을 들은 친구 홍석이는 하던 일을 아내에게 맡긴 채 병원으로 달려갔고, 좁고 낮은 보호자용 침대에서 생활하며 30여 일 동안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형종이가 밤마다 통증으로 몸부림치면 홍석이는 즉시 일어나 땀을 닦고 따뜻한 수건으로 젖은 몸을 씻겼다. 대소변을 받아내고 몸을 조심스럽게 추스르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어깨와 등에 통증이 쌓이는 상황에서도 힘들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가족이 아닌 친구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키며 병간호를 도맡은 것이다.
죽음을 앞뒀다고 여긴 형종이는 어느 날 밤 두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보살펴 달라고 홍석이에게 부탁했다. 아파트 한 채는 아이들의 어머니가 상속받아 생활하도록 하고, 유골은 평소 걷던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산로에 뿌려 달라는 뜻도 남겼다. 산악회비 2300만원과 회원 명단을 후임 회장에게 전달해 달라는 당부까지 이어졌고, 홍석이는 눈물을 흘리며 이를 받아 적었다.
형종이의 마지막 뜻이 정리된 뒤 의료진은 재수술을 제안했고, 모두가 절망하던 상황에서 진행된 수술은 성공했다. 두 사람의 사연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우정을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으로 표현한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외로운 순간에 기꺼이 시간을 내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행동이 무엇인지 보여준 이들의 관계는 23년의 세월을 지나서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