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사이 달라진 아파트의 욕망
핵심 요약
같은 제목의 두 드라마가 30년 사이 달라진 아파트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1995년 작품은 다양해진 가족과 가치관의 충돌을, 현재 작품은 자산 중심의 서열화를 그린다. 아파트는 개인의 삶을 향한 욕망의 공간에서 경제적 위계를 드러내는 무대로 변했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대표적인 주거 유형을 넘어 당대의 욕망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1995년 MBC 주말드라마와 지난달 11일 시작한 JTBC 토일드라마는 똑같이 ‘아파트’를 제목으로 내걸었지만, 각각 다양한 삶을 꿈꾸던 구성원과 자산을 기준으로 서열화된 주민사회를 비춘다. 두 작품 사이 30년의 간극은 아파트가 품은 욕망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서울의 서민 아파트를 무대로 한 1995년 작품은 네 가정이 등장하는 코믹 홈드라마다. 중산층 가족과 퇴직 세대 가족, 신세대 신혼부부, 싱글 여성의 공동 주거가 한 공간에 모이며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벗어난 가족 구조를 펼쳐 보였다. 전직 대기업 임원 한범수와 자유분방한 아들 한판의 충돌, 일을 중시하는 나홍두와 결혼을 우선하는 차나리의 대비는 세대보다 가치관의 차이를 부각했다. 가부장적 남편에게 지친 전업주부 지경과 순정의 삶도 이 흐름에 더해졌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의 배경은 수도권 신도시에 들어선 고급 대단지 ‘트루밸류 스테이트’다. 전직 조폭 박해강은 거액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리고 입주자대표 회장에 도전했다가 단지 안에 감춰진 비리를 목격하고 이를 무너뜨리는 과정에 뛰어든다. 복도식 구조였던 1995년 작품과 달리 고층 외관이 강조되며, 최상위 펜트하우스에는 아파트 비리를 설계한 인물이 살고 있다. 공간의 높이가 주민사회의 위계와 맞물리는 설정이다.
단지에서는 커뮤니티 시설 이용을 놓고 분양 세대와 임대 세대가 충돌한다. 겉으로는 ‘소셜 믹스’를 표방하지만 주민들은 세대의 성격과 평수, 층수, 자동차 브랜드를 기준으로 서로를 구분한다. 앞선 시대의 아파트가 전통적 가족 질서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삶을 추구하려는 욕망의 집합소였다면, 오늘의 아파트는 자산 규모가 최고의 가치로 취급되는 현실을 담는다. 건물은 고급화됐지만 작품 속 욕망의 기준은 경제적 서열로 좁아졌다. 서울 자가 아파트를 ‘인생의 트로피’로 여긴 김낙수의 타이틀이 차례로 무너지는 드라마 역시 성공한 중산층의 모델이 저무는 장면을 풍자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