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미용 봉사 이금미 씨, 장기기증으로 4명 살려
핵심 요약
미용사 이금미 씨가 심장·폐·간·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씨는 약 30년간 미용사로 일하며 10년 동안 노숙인과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했다. 생전에 가족과 나눈 장기기증 약속은 유가족의 동의로 마지막 순간 실현됐다.
노숙인과 홀로 사는 노인들을 10년간 찾아가 머리를 손질해 온 미용사 이금미 씨가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지난달 21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했다. 향년 55세였다.
이씨는 지난달 12일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치료가 이어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약 5년 전에는 지속적인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와 신경계의 여러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인 다계통 위축증을 진단받고 치료해 왔다. 병을 앓는 동안에도 가족과 삶의 마지막을 논의했고, 언니와 함께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평소에도 가족에게 기증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유가족은 뇌사 판정 뒤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20대 초반 미용 일을 시작해 약 30년간 한길을 걸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뒤 직접 미용실을 운영했고, 대학원에 다니며 배움을 이어갔다. 미용 기술은 생업을 넘어 이웃을 돕는 수단이 됐다. 지인들과 약 10년간 노숙인과 독거노인을 찾아 무료 미용 봉사를 했으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계속했다.
활달한 성격의 이씨는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즐겼고 쉬는 날에는 골프와 등산을 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 언니와 산에 오르고 가족 식사를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장례를 마친 날 하늘에 큰 무지개가 뜨자 언니는 동생이 잘 떠났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30년 동안 다른 사람의 머리를 다듬고 이웃을 보살핀 이씨의 나눔은 생의 끝에서 네 사람의 삶을 잇는 장기기증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