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종교문화시설, 건립 뒤 운영·감독은 공백
핵심 요약
최근 10년간 전국 48개 사찰의 종교문화시설 건립에 국비 3천35억 원이 투입됐다. 청주와 아산의 일부 시설은 이용 수요와 정기 프로그램이 부족했고, 동화사 체험관은 220억 원을 들이고도 주요 전시 공간이 비어 있다. 여러 기관에 분산된 관리 책임과 부실한 운영 검증을 보완할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최근 10년간 전국 48개 사찰의 종교문화시설 건립에 투입된 국비는 3천35억 원에 달하지만, 일부 시설은 프로그램이 없거나 사실상 운영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명상과 문화 체험, 정신건강 증진 등을 내세워 건물을 지은 뒤에도 수요와 운영 계획을 면밀히 검증하지 않은 사례가 이어졌고, 여러 기관이 보조금을 나눠 지원하면서 관리 책임도 뚜렷하지 않았다.
충북 청주 능인정사는 국비와 지방비 9억 원을 받아 MZ 복합문화센터를 짓고 있으나, 맞은편 전통문화체험관은 6년 전 세금 5억 원을 투입하고도 올해 사실상 문을 닫았다. 사찰은 공사 안전과 단체 방문객 부족을 운영 중단 이유로 들었으며, 청주시는 새 시설의 수요 조사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받지 않았다. 충남 아산 인취사도 올해 초 8억 원을 지원받아 명상 수련원을 완공했지만 현재 명상 수업 없이 불교대학 교리 공부와 금강경 기도 등에 공간을 쓰고 있다.
대구 동화사의 사명대사 체험관에는 세금 220억 원이 들어갔지만, 공사를 마친 전시실과 박물관 대부분이 비어 있다. 사명대사 일대기 영상과 대형 디지털 불화 등 계획됐던 콘텐츠도 설치되지 않았다. VR·전시 공사 보조금은 106억 원이었으나 설계 변경 뒤 지하 1층·지상 1층 건물이 지상 2층으로 확대됐고, 벽면과 마당에는 고가의 돌 마감이 적용됐다. 공사 관계자들은 전시 예산 상당액이 늘어난 건축비로 옮겨졌으며, 돌 공사 비용만 50억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동화사 건물 외벽에는 사업을 주도한 승려를 찬양하는 글귀도 새겨졌고, 조계종은 사업 취지와 맞지 않아 이를 철거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는 설계 변경이 승인 절차를 거쳐 예산 전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운영 준비 부족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중대한 하자나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보조금 환수도 검토한다. 국회에서는 지원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반복됐지만 지난해 관련 예산은 약 80억 원 늘어났으며, 지원 심사부터 사후 운영까지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