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미·일 엔화 방어, 금융질서 재편 신호
핵심 요약
미국과 일본이 28년 만에 공동으로 엔화 매수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양국의 국채·부채 부담과 수입물가 문제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은 추가 개입을 위해 FIMA 레포를 활용할 계획이다.
엔·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의 엔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미국과 일본이 엔화 매수·달러 매도에 나섰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에 이어 미국 재무부와 뉴욕 연방준비은행까지 참여한 공동 개입이다. 양국이 같은 방향으로 엔화 방어에 나선 것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8년 만이며, 외환시장 공조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15년 만이다.
시장 분위기를 바꾼 계기는 7월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 각료회의였다. 현장에서 포착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친필 메모에는 50억~100억달러 규모의 일본 엔화 매입 계획이 적혀 있었다. 실제 개입 과정에서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공조는 위기의 확산을 차단하는 성격이 뚜렷했다. 1998년에는 엔화가 달러당 147엔대로 급락하면서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아시아 통화위기 재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일이 엔화를 사들였다. 반대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는 보험금 청산과 자산 환류 기대 속에 엔화가 달러당 76엔대로 급등했다. 당시 주요 7개국은 일본 경제의 추가 충격을 막기 위해 엔화를 팔고 자국 통화를 매입했다.
2026년 공조는 뚜렷한 금융위기나 자연재해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미국의 막대한 국채 부담과 30년물 금리 급등, 일본의 국가부채와 수입물가 상승이 맞물렸고, 위안화 국제화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도 작용했다. 일본은행은 추가 개입 때 미 국채를 직접 매각하는 대신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하는 FIMA 레포 활용을 추진한다. 세 차례 공조는 방향은 달랐지만 환율의 급격한 쏠림과 변동성을 억제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