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미일 엔화 방어 공조
핵심 요약
미국과 일본이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엔화 공동 매입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 공급 확대와 외국인 투자자 복귀에 힘입어 1430원 선까지 하락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개입 효과의 한계에 대비한 외환 안전판이 요구된다.

미국과 일본이 급락 압력을 받던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28년 만에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미국 각료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앞에 놓인 메모지에는 일본 엔화를 50억∼100억 달러 규모로 매입한다는 손글씨가 포착됐다. 지난달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사진 노출 전후 장중 155엔대로 떨어졌고, 양국 재무장관은 공동 개입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미일 양국이 함께 엔화를 사들인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이틀 연속 약 10조 엔을 투입했으며, 뉴욕 연방준비은행도 유로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했다. 양국 당국은 추가 조치 가능성도 내비쳤다. 1998년에도 일본의 단독 매수 때와 달리 미국이 합류한 뒤 시장이 즉각 반응한 바 있다.
이번 공조에는 일본의 미 국채 매도가 미국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차단하려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이 환율 방어 자금을 마련하려고 보유 국채를 대거 팔면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급등으로 미국 경제와 증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강달러로 약해진 미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방어하려는 계산도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일본과의 우정과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일 공조가 진행되는 동안 원-달러 환율도 한때 1560원 선을 위협하다 지난달 이후 1430원 선까지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미국 주식예탁증서 발행 자금과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 유입, 외국인 투자가의 국내 증시 복귀가 안정세에 힘을 보탰고 한국 정부도 달러 매도에 나섰다. 다만 엔화 강세가 빨라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이 국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미일 금리 차로 개입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한미 통화스와프를 비롯한 외환 안전판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