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늦은 입원, 가족의 실패를 묻다
핵심 요약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이 조현병 환자였던 누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한 가족의 20여 년을 영화로 기록했다. 누나는 발병 25년 만에 입원해 3개월 만에 호전됐으나 2021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가족의 대응 실패와 감독 자신의 부재를 돌아보며 당시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 묻는다.
일본의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이 조현병을 앓았던 누나와 가족의 20여 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내놓았다. 지난달 29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는 열흘 만에 관객 4만 명을 넘기며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를 유지했다. 후지노 감독은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에게 자신의 가족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의대에 진학했던 누나는 25세이던 1983년 조현병이 발병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의학과 약리학을 전공한 대학교수였던 부모는 병원 대신 자가치료를 택했다. 아버지는 현관문을 잠그고 침묵했으며, 어머니는 고성을 지르는 딸에게 설탕물을 먹이면 진정될 것으로 믿었다. 부모와 충돌하던 후지노 감독은 1992년 집을 떠났고, 9년 뒤 돌아와 카메라로 가족의 일상을 기록했다.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둔 촬영은 아니었다. 영상 공개를 생각하기 시작한 계기는 발병 25년 만인 2008년 누나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일이었다. 누나는 3개월간 치료받은 뒤 눈에 띄게 호전됐고, 이후 가족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폐암으로 63세에 숨졌다. 감독은 20년에 걸쳐 촬영한 80시간 분량의 영상을 편집하며 가족의 선택과 자신의 9년간 부재를 함께 돌아봤다.
영화는 배경 음악과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누나의 발작 장면도 증상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만 짧게 담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수도 받지 않았다. 조현병의 원인과 치료 과정이나 누나 개인이 아니라 딸을 돌보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와 곁을 떠났던 남동생에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장례식에서 아버지가 누나의 삶을 두고 충만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감독은 90세가 넘은 아버지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를 물으며 영화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