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표류 끝에 되찾은 이름, 침대가 증명했다
핵심 요약
김헌이 22년에 걸쳐 완역한 『오뒷세이아』가 영화 개봉과 맞물려 새롭게 주목받았다. 작품의 중심은 해상 모험보다 이타카로 돌아온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정체성과 자리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페넬로페는 두 사람만 아는 침대의 비밀로 남편을 확인하고, 번역은 고대 세계의 낯선 감각과 불편한 질서를 함께 드러낸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김헌이 22년에 걸쳐 완역한 『오뒷세이아』가 2026년 여름 독자와 만났다. 오뒷세우스가 트로이아 전쟁 10년과 표류 10년을 거쳐 이타카로 귀환하는 작품이다. 국내 개봉을 앞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관심을 끌면서 7월 ‘오디세이·오디세이아’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595.5% 증가했다. 다만 번역 작업은 영화 제작보다 훨씬 앞선 2004년에 시작됐다.
전체 24권 중 퀴클롭스와 세이렌, 키르케, 칼륍소가 등장하는 해상 모험은 제9권부터 12권까지 네 권뿐이다. 이마저 오뒷세우스가 파이악스인들에게 들려주는 과거의 회상이다. 첫 네 권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아들 텔레마코스가 이끌고, 제13권 이후 절반가량은 이타카에서 전개된다. 작품의 중심에는 먼 항해보다 오래 비운 집에서 자신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잃어버린 이름과 자리를 되찾는 과정이 놓여 있다.
귀환의 결정적 증거는 구혼자들을 쓰러뜨린 활이 아니라 부부만 아는 침대의 비밀이다. 페넬로페가 하인에게 침대를 옮기라고 지시하자 오뒷세우스는 살아 있는 올리브나무를 기둥으로 직접 만든 침대라 나무를 베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다고 반응한다. 그제야 페넬로페는 눈앞의 남자를 남편으로 인정한다. 낮에 시아버지의 수의를 짜고 밤마다 풀어 구혼자들을 속였던 그는 지략으로 살아온 남편을 같은 방식으로 시험한다.
김헌은 익숙한 ‘오디세이아’ 대신 ‘오뒷세이아’를 제목으로 삼고, 희랍어의 도치된 어순과 고대인의 신체 감각을 살렸다. ‘마음’이나 ‘정신’으로 옮겨지던 ‘프레네스’도 원뜻에 가까운 ‘횡격막’으로 번역해 낯선 문장의 마찰을 남겼다. 작품은 동시에 오뒷세우스에게 여러 땅과 여자, 이름을 경험할 기회를 주면서 페넬로페의 선택은 기다림이나 재혼으로 제한한 오래된 질서를 드러낸다. 이 판본은 귀환을 단순한 도착이 아니라 달라진 사람을 가족과 공동체가 다시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문제로 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