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표류가 비춘 귀향과 자유의 의미
핵심 요약
오디세우스와 하멜의 여정은 20년의 세월과 7년의 체류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바다를 향한 꿈과 포도주는 두 사람의 모험과 생존을 잇는 핵심 요소다. 두 인물은 인내와 회복탄력성으로 자유와 귀향의 목표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는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이 귀향기는 1653년 8월 16일 태풍으로 제주도에 표착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의 삶과 겹친다. 두 사람을 잇는 공통분모는 20년의 세월, 바다를 향한 꿈, 포도주, 7년의 체류, 고난을 딛는 회복탄력성이다.
트로이 전쟁 10년과 귀향길 10년을 합친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모두 20년이다. 1650년 스무 살에 배를 탄 하멜도 1670년 고향에 돌아갈 때까지 20년을 보냈다. 오디세우스가 요정 칼립소에게 붙잡혀 있던 기간과 하멜이 전남 강진 병영 마을에 머문 기간도 각각 7년이었다. 병영은 하멜이 조선에 억류된 13년 28일 가운데 가장 오래 체류한 곳이며, 일부 일행은 현지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았다는 증언도 남아 있다.
두 사람에게 바다는 두려움과 기회가 공존하는 길이었다. 척박한 땅을 벗어나야 했던 고대 그리스에서 바다를 뜻하는 ‘폰토스’는 어원상 다리 또는 길과 연결됐고, 항해에는 모험과 낭만, 무역과 약탈이 뒤섞였다. 부를 꿈꾸며 바다로 나간 17세기 네덜란드의 분위기도 닮아 있었다. 하멜 역시 그 꿈을 좇아 배에 올랐다. 포도주와 올리브기름이 화폐처럼 쓰였던 고대 그리스와 달리, 하멜의 포도주는 난파 뒤 부상자를 돌보고 제주 관리들과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생명수 역할을 했다.
오디세우스는 거인에게 독한 포도주를 먹인 뒤 올리브 몽둥이로 위기를 벗어났고, 묵은 포도주와 올리브나무는 페넬로페와 재회하기 전 정체성을 확인하는 장치가 됐다. 하멜이 속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도 나가사키로 가는 배에 쇼군에게 건넬 특별 선물로 포도주를 실었다. 두 인물은 압도적인 힘보다 설득력과 인내, 좌절 뒤 다시 일어서는 힘으로 귀향과 자유를 놓지 않았다. 영화 속 이타카는 도착지를 넘어 삶의 궁극적 목표와 의미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