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유신 통치 담긴 미 외교문서 공개
핵심 요약
국사편찬위원회가 1974년 주한미국대사관 비밀문서 1200여 건을 처음 공개했다. 문서에는 긴급조치와 김대중 기소, 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미국 측의 판단이 담겼다. 육영수 여사 서거 뒤에도 박정희 정권이 온건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확인됐다.
1974년 유신체제의 통치 상황을 기록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문서가 처음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수집한 자료는 51개 문서철, 1200여 건으로 구성됐다. 장기간 기밀로 묶였다가 최근 해제된 문서들은 전자사료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교전문과 보고서, 비망록에는 긴급조치 1·2호 선포부터 김대중 기소, 민청학련 사건까지 당시 핵심 현안이 담겼다. 미국 측이 긴급조치 발표 불과 몇 시간 전에 통보받았다는 기록과 봄철 개강을 앞두고 대학·기독교계·언론·야당에 가해진 압박을 정리한 종합보고서도 포함됐다. 한·일 주재 미국대사관의 면담 회의록은 김대중 기소를 참정권 박탈과 정치활동 봉쇄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했다.
민청학련 관련자 7명에게 사형이 구형된 사안은 반대세력을 억누르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신호로 기록됐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의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저격이 시도됐고 육영수 여사가 숨졌다. 닷새 뒤 작성된 전문은 국민적 추모 분위기에도 박 대통령이 온건한 노선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억압적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긴급조치와 극단적 통제로 당시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부족해 1970년대 연구가 충분히 진전되지 못했다며, 이번 공개가 사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허동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유신체제 한복판을 관찰한 동시대 기록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국내 사료와 함께 교차 검증해야 1974년의 실상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