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인증사진에 밀려난 부다페스트의 밤
핵심 요약
국회의사당 야경 촬영에 몰린 단체 관광객들이 개인 여행객의 벤치 이용을 방해했다. 15분짜리 일정 속에서 일부 관광객은 풍경 감상보다 스마트폰 촬영에 집중했다. 한정된 명소를 빠르게 도는 패키지 동선이 부다페스트 관광 현장의 혼잡을 키웠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변에서 국회의사당 야경을 기다리던 개인 여행객들이 한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이 벌어졌다.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스마트폰과 셀카봉을 든 채 강변을 메웠고, 일부는 더 나은 촬영 위치를 잡으려고 신발을 신은 채 벤치 위에 올라섰다. 사전 양해 없이 밀려난 사람 가운데 서양인 가족도 있었으며, 현장에 있던 한국인 개인 여행객이 대신 사과했다.
관광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5분이었다. 가이드가 차량 탑승 시각과 촬영 지점을 알리자 일행은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직접 감상하기보다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담는 데 집중했다. 주변 도로에는 단체 버스가 잇따라 들어왔고 강변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가 주로 들렸다. 한편 독일인으로 보이는 다른 단체는 ‘BEER BUS’라고 적힌 지붕 없는 버스에서 내린 뒤 붉어진 얼굴로 큰 소리로 노래해 소란을 더했다.
부다페스트는 빈·프라하와 연계한 동유럽 패키지 상품의 거점으로 활용되며 한국인 가족과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도심에는 한식당이 여러 곳 있고 리스트 페렌츠 박물관은 한국어 음성 안내도 제공한다. 보름 동안 확인한 서양인 단체는 대체로 10명 안팎이었지만 한국과 중국 단체는 대부분 20명을 넘었다. 이들은 주로 부다 왕궁과 어부의 요새, 국회의사당 야경을 차례로 둘러봤다.
동유럽 5개국을 7박 9일에 도는 일정에서는 부다페스트 체류가 반나절에 그치기도 한다. 부다 왕궁만 꼼꼼히 살펴도 반나절 이상 필요하고, 마차시 성당 내부와 왕궁의 미술관까지 둘러보려면 시간이 더 들지만 단체 관광객에게는 한 장소에 머물 여유가 많지 않다. 짧은 동선 속에서 유명 촬영지가 필수 코스로 굳어지고, 여행의 기억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길 사진을 우선하는 모습이 현장의 소란과 무례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