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병든 노년, 가족 돌봄 한계 드러났다
핵심 요약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로 노년기 약 13년을 건강 문제와 함께 보내는 구조가 나타났다. 고액 간병비와 고령 배우자의 돌봄 부담이 우울, 간병 살인, 자살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에게 집중된 책임을 덜기 위한 지역사회·병원 연계 통합 돌봄의 정착이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은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은 초고령사회가 됐지만, 늘어난 수명을 건강하게 누리는 기간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2024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7년으로 OECD 평균 81.2년보다 2.5년 길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2020년 70.9세에서 2022년 69.9세로 낮아졌다. 2022년 기대수명 82.7년과 비교하면 생애 막바지 12.8년을 건강 문제와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질병과 간병비 부담도 함께 커졌다. 노인 한 명이 앓는 만성질환은 2020년 평균 1.9개에서 2023년 2.2개로 늘었고, 한 가지 이상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비율도 84.0%에서 86.1%로 올랐다. 전체 입원 환자의 약 60%가 이용하는 사적 간병에는 연간 6조원 이상이 쓰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하루 약 3만원이지만 사적 간병은 10만∼20만원에 이르러 노인과 가족의 경제적 압박을 키우고 있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가정에서는 고령 배우자가 아픈 배우자를 전적으로 돌보는 상황이 비극으로 번지기도 했다. 2007∼2023년 유죄가 확정된 간병 살인 228건 가운데 부부간 사건은 72건으로, 친자가 가해자인 96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부부간 사건 가해자의 89.8%는 70∼90대였고, 피해자에게 만성질환이 있었던 사례는 97.2%였다. 전적인 도움이 필요했던 경우가 52.8%였으며, 가해자 10명 중 약 4명은 범행 뒤 자살을 시도했다.
간병 부담은 노년기 정신건강과 자살 위험에도 맞닿아 있다. 55∼85세 남녀 685명을 분석한 조사에서 가족 간병 부담이 있는 집단의 우울 수준은 평균 3.85점으로, 부담이 없는 집단의 2.57점보다 높았다. 2024년 80세 이상 남성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107.7명으로 전체 평균 29.1명의 약 3.7배였고, 같은 연령대 여성도 24.1명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빈곤과 질환, 고립이 겹치는 구조를 줄이려면 가족에게 집중된 책임을 덜고 지역사회와 병원이 연계하는 통합 돌봄을 정착시키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