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울릉도 담벼락에 수묵담채 벽화 그리는 화가의 사연
핵심 요약
화정 김동식 화백이 13년째 울릉도 담벼락에 수묵담채 벽화를 그리고 있다. 태풍으로 삶의 기반을 잃고 정착한 후, 파출소장의 제안으로 무료 벽화를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는 자연과 교감하며 '마음으로 본 풍경'을 그리고, 밤에는 라이브 공연으로 울릉도의 밤을 수놓고 있다.

울릉도 서면 평리마을에서 화정 김동식(69) 화백이 13년째 마을 담벼락에 수묵담채 벽화를 그리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화가와 라이브 가수로 활동하다 태풍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뒤 울릉도에 정착했다. 자신의 집 벽에 푸른 바다를 그린 것이 계기가 되어, 당시 파출소장의 제안으로 마을 담벼락에 무료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 화백은 벽화를 재능기부로 여기며 인건비 없이 재료비만 받고 작업해 왔다. 그의 벽화에는 독도, 괭이갈매기, 동백꽃, 흑염소 등 울릉도를 상징하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아크릴이나 페인트 대신 수묵담채 기법을 고집하며, '눈으로 본 풍경보다 마음으로 본 풍경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자연과 교감하며 얻은 감정과 생명을 담아내는 것이 그의 예술 철학이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날에는 산과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홍합과 전복을 채취하고, 제철 나물을 캐는 등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자연을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고 부르며, 바다와 산에서 얻은 영감이 벽화와 화폭 속 풍경으로 재탄생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해가 지면 통기타를 들고 울릉도의 밤무대에 올라 25년 넘게 라이브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 화백은 '좋은 그림은 벽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벽화는 미술 작품을 넘어 주민들의 삶과 추억이 스며든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 섬을 사랑해 주세요, 제가 사랑했던 것처럼'이라는 말을 남기며 오늘도 붓과 도구를 오토바이에 싣고 섬길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