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문서 1천200건 공개…유신 통제 강화 우려 담겨
핵심 요약
1974년 한국 정세를 담은 주한미국대사관 비밀문서 1천200여 건이 공개된다. 문서에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뒤 박정희 정부의 통제 강화 가능성을 우려한 판단이 담겼다. 긴급조치 선포와 수원호 납북 사건, 김대중 재판을 둘러싼 당시 외교적 인식도 확인된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과 긴급조치 선포 당시 한국 정세를 기록한 주한미국대사관 비밀문서 1천200여 건이 공개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확보한 외교 전문과 보고서, 비망록 등을 11일 전자 사료관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기밀로 묶였다가 최근 해제된 자료를 편사연구사가 새로 확인해 정리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이 발생해 육영수 여사가 숨지자 대사관은 국민장 영결식 다음 날인 20일 본국 국무부에 전문을 보냈다. 리처드 에릭슨 2세 대사대리가 승인한 비밀문서는 국민적 슬픔과 충격, 정권 내부 동향을 기록했다. 대사관은 박 대통령이 사건을 강력한 통제의 근거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짚으며 온건한 방향보다 확고하고 억압적인 조치에 나설지를 주시했다.
문서에는 같은 해 1월 8일 선포된 긴급조치 1·2호를 둘러싼 미국 측 대응도 담겼다. 대사관은 선포 전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으며 박 대통령이 절제를 포기하고 탄압으로 급선회했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 문제인 만큼 침묵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대사관은 지나치게 수동적인 태도가 억압 조치를 부추길 수 있다고 봤다. 최종 판단을 넘겨받은 미국 국무부는 1월 11일 현시점의 논평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했다.
공개 자료에는 3월 새 학기 개강을 앞둔 국내 상황에 대한 평가와 2월 수원호 납북 사건을 한국 정부가 선전에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포함됐다. 6월 오카자키 히사히코 주한일본대사관 참사관과 김대중 재판을 논의한 기록도 확인됐다. 긴급조치 1·2호는 유신헌법 비방 등을 금지하고 위반 사건을 비상군법회의에서 다루도록 했으며, 2013년 헌법재판소에서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문서군은 기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유신 체제와 당시 한미 관계를 입체적으로 살필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