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유층, 연 수억원 들여 '팀 육아' 확산
핵심 요약
미국 부유층 사이에서 유모, 셰프, 비서 등 여러 전문 인력을 고용해 육아를 위탁하는 '팀 육아'가 확산하며 연간 수억원이 소요된다. 배변훈련 전문가, 아기 전담 셰프 등 세분화된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부모들은 시간 확보를 위해 거액을 지출한다. 부모 역할의 외주화 우려도 있지만, 핵심적인 육아 책임은 여전히 부모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부유층 사이에서 유모 한 명을 고용하는 것을 넘어 여러 전문 인력을 꾸려 육아와 가사 전반을 위탁하는 '팀 육아' 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 크리스틴 랜디스는 입주형 가사 도우미, 주말 유모, 개인 요리사 등을 두는 데 연간 25만 달러(약 3억7200만원)를 지출한다. 핀테크 기업 CEO 출신인 그는 아이의 발톱 손질이나 목욕, 같은 책 반복 읽기, 아이가 혼자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까지 대부분 도우미에게 맡기고 있다.
육아 서비스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승마대회에 동행하는 전담 유모, 이유식만 만드는 아기 전담 셰프, 어린이 스타일리스트, 배변훈련 전문가 등이 등장했다.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 가정을 위해 아기의 배변 신호를 살피는 유모를 찾거나, 인기 장난감 라부부를 구하기 위해 유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지는 사례도 있다. 배변훈련 전문가는 수일간 집중 교육에 600~4500달러(약 90만~670만원)를 받고, 자전거 개인교습은 회당 80~450달러(약 11만~67만원) 수준이다. 여름캠프 짐을 대신 꾸려주는 서비스는 시간당 125달러(약 18만원)이며, 여행에 동행하는 육아 담당 유모의 연봉은 12만~17만 달러(약 1억7800만~2억5300만원)에 달한다. 학업과 생활지도를 함께 맡는 가정교사는 연 20만 달러(약 2억9800만원)를 받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이 이처럼 거액을 들이는 이유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복되는 집안일과 행정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대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쓰겠다는 것이다. 인력업체 하우스홀드 스태핑의 올리비아 파운틴 운영이사는 "선물 포장이나 가방 정리 같은 작은 일들이 하루를 모두 빼앗아 간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육아의 일부를 외주화함으로써 아이와의 질적 시간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까지 외주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랜디스는 아이가 유모에게 처음 "사랑해"라고 말했을 때 흔들렸지만, 부모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하루를 함께 이야기하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만큼은 직접 챙긴다며 "업무는 맡길 수 있어도 모든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부모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팀 육아'는 시간 확보와 부모 역할의 경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