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의 빈자리, 다시 주목받는 공동 독서의 기억
핵심 요약
히가시노 게이고의 별세 이후 국내 서점가와 온라인에서 추모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들은 2000년대 일본 소설 열풍과 세대가 함께 읽던 독서 문화를 이끌었다. 독자들의 상실감에는 작가와 작품뿐 아니라 공동의 문화 경험이 줄어든 시대에 대한 아쉬움도 담겼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한국 독자들의 추모가 서점가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도 ‘가공범’과 ‘투명한 나선’ 등 신작을 매년 선보인 데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폭넓게 읽힌 작가였던 만큼,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한 독자들의 충격과 상실감도 크게 나타났다.
국내 서점에서는 신작과 대표작이 다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는 ‘이름이 곧 장르인 작가’라는 문구를 내걸고 주요 작품을 한데 모았으며, 알라딘과 예스24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미스터리 거장’이라는 표현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학창 시절의 외로움을 작품으로 견뎠다는 이야기와 작가의 죽음이 가장 슬픈 반전이라는 팬들의 추모 글도 관심을 모았다.
히가시노의 작품이 한국에서 널리 읽힌 시기는 21세기 초반이었다. ‘백야행’은 2000년, ‘용의자 X의 헌신’은 2006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에 나왔다. 당시에는 ‘다빈치 코드’와 ‘해리 포터’, ‘연금술사’처럼 세대를 넘어 읽히며 사회적 신드롬을 만든 소설이 잇따랐다. 히가시노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 오쿠다 히데오와 함께 2000년대 국내 일본 소설 열풍을 이끌었다.
그는 인간 심리와 사회를 파고드는 서사로 추리소설 독자층을 넘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고, 2016년부터 최근 10년간 국내 판매량에서도 한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책이 팔린 작가가 됐다. 60대 후반 대장암 투병 중에도 해마다 작품을 내놓은 꾸준함은 그의 나이와 달라진 독서 환경을 쉽게 체감하지 못하게 했다. 개인화된 콘텐츠와 세분화된 취향 속에서 세대 전체가 같은 책을 읽는 경험이 드물어진 지금, 이번 추모는 한 작가뿐 아니라 공동의 문화적 기억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