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위협에 칼로 맞선 조카, 대법 “정당행위 여지”
핵심 요약
성추행 피해 폭로 뒤 삼촌의 폭행과 가위 위협에 맞서 조카가 부엌칼을 들었다. 1·2심은 특수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공포심과 절박한 상황을 중시했다. 대법원은 정당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어린 시절 성추행 피해를 가족에게 알린 뒤 집으로 찾아온 삼촌에게 폭행과 흉기 위협을 당하자 부엌칼을 들어 맞선 39세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 1부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형 집행을 1년간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23년 1월 A씨가 어린 시절 삼촌 B씨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밝히면서 시작됐다. 격분한 B씨는 A씨의 집을 찾아가 귀가한 A씨의 얼굴을 때렸고, 이모가 말리는 상황에서도 서랍을 던지며 폭행을 이어갔다. 이어 가위를 들고 함께 죽겠다는 취지로 위협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쳐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부엌칼을 들고 B씨에게 다가오면 맞서겠다는 취지로 말한 뒤 직접 112에 신고했다. B씨가 가위를 내려놓은 다음에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칼을 들고 있었지만 별도의 위협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에게 특수협박 혐의를, B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각각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2심도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형의 집행만 1년간 유예했다.
대법원은 A씨가 귀가 직후 갑작스러운 폭행을 당했고, 잠시 멈췄던 폭력이 다시 이어진 데다 가위로 생명까지 위협받았다는 점을 중시했다. 칼을 든 행동은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추가 공격을 막으려는 절박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툼을 일으킨 B씨의 책임이 더 무겁고 A씨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가벼웠으며, 직접 신고하고 상대가 가위를 내려놓은 뒤 추가 위협을 하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흉기를 들었다는 사실만 분리해 정당행위 성립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