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방언 ‘이카이노 말’, 번역의 경계를 묻다
핵심 요약
‘이카이노 타령’은 오사카 방언에 한국어와 제주 방언을 결합한 독특한 언어를 사용한다. 지역 공동체의 이주 역사가 혼성적 방언과 가타카나 중심의 시각적 표현에 반영됐다. 한국어와 영어 번역에서는 원문의 복제보다 창의적인 재구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가 원수일 작가의 2016년 소설 ‘이카이노 타령’을 읽으며 방언 문학의 번역 문제를 짚었다. 작품은 대화뿐 아니라 서술까지 진한 오사카 방언으로 전개하면서 다양한 한국어와 제주 방언을 결합한다. 파우저는 이처럼 혼성적 성격이 강한 ‘이카이노 말’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과정이 원문을 재현하는 작업을 넘어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봤다.
작품에는 일본어에서도 쓰이는 ‘아이고’를 비롯해 ‘정말’, ‘미친놈’과 같은 한국어가 등장하며, 작은 글자로 일본어 뜻풀이가 붙는다. ‘아니’, ‘아니라’, ‘다시 한 번’처럼 명사가 아닌 표현과 ‘맞수다게’, ‘고맙수다’ 같은 제주 방언도 포함됐다. 외래어나 외국어를 가타카나로 적는 일본어 표기 방식 때문에 지면에는 가타카나가 많고 한자는 적어, 일반적인 일본 소설과 다른 시각적 인상도 형성한다.
이카이노는 재일 한인이 오랫동안 밀집해 살아온 오사카의 한 지역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제주 출신 이주민이 많았고, 1948년 제주 4·3사건 직후에는 생존을 위해 건너온 사람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원 작가는 여러 작품을 통해 지역과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왔다. ‘이카이노 타령’의 언어에는 오사카 방언과 한국어, 제주 방언이 뒤섞인 공동체의 배경이 반영돼 있다.
한국어 번역에서는 오사카 방언을 어떤 지역어로 바꿀지가 핵심 과제로 남는다. 강한 인상을 살리려고 부산 방언을 택할 수 있지만 제주 출신 주민이 많은 작품의 배경과 어긋날 수 있다. 영어에는 이카이노 말에 대응하는 방언이 없고, 표준 문장으로 옮기면 고유한 언어 감각이 사라진다. 가타카나가 만드는 이질감은 영어의 이탤릭체나 한국어의 이탤릭체·굵은 글씨로 표현할 여지가 있다. 원작을 그대로 복제할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이고 번역가가 창의적으로 다시 구성하는 접근이 작품의 감각을 살릴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