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압도적 촬영과 과잉된 수수께끼의 충돌
핵심 요약
500억 원 넘게 투입된 ‘호프’가 개봉 한 달 안에 예매 순위 6위로 내려앉았다. 불온한 카메라 움직임과 시점 전환, 강한 속도감은 작품의 뚜렷한 미학적 성취다. 과도한 은유와 모호한 수수께끼가 장르적 쾌감과 관객의 몰입을 약화시켰다.
5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개봉 한 달도 되지 않아 예매 순위 6위로 내려앉았다.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에도 뒤처지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흐름이 뚜렷해졌다. 흥행 성적만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관객의 불만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1970년대로 보이는 시대와 비무장지대의 외딴 마을을 무대로 외계인의 학살을 펼쳐 놓는다. 경찰 범석과 사냥꾼 성기는 각각 국가 권력과 이에 기생하는 민간 권력으로 읽히며,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모습은 전체주의의 생명력을 연상시킨다. 범석·성기·성애라는 이름, 총각무를 베어 무는 장면, 기관총과 유탄발사기의 난사는 남근 중심의 폭력적 권력을 암시한다.
가장 선명한 성취는 촬영과 편집에서 드러난다. 카메라는 축축한 시대의 공기를 훑듯 불온하게 움직이고, 장총을 든 범석과 성기의 뒤를 좇다가 곧바로 정면을 비춘다. 피해자로 보이던 인물이 외계인의 시선에서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전환이다. 쫓고 먹고 죽이는 운동성과 속도는 초기 영화의 순수한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며, 스필버그의 ‘대결’과 버스터 키턴의 무성영화처럼 서스펜스 자체를 동력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 강렬한 영화적 쾌감 위에 지나치게 많은 수수께끼가 겹쳐졌다는 점이다. ‘추격자’와 ‘황해’, ‘곡성’을 관통했던 경계의 모호함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외계인이 세 마리라고 말하면서 손가락 네 개를 펴는 장면처럼 해석의 함정이 곳곳에 놓였다. 은유와 상징, 메시지와 세계관을 과도하게 입증하려는 집착은 추격과 공포가 지닌 박력을 약화시켰고, 깊은 의미를 찾던 관객에게 희롱당한 듯한 불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