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농장 이주노동자, 저임금·생활 통제 증언
핵심 요약
호주 농장의 이주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최저임금 미달, 화장실 이용 제한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일자리와 숙소, 교통을 함께 관리하는 일부 인력공급업체의 통제가 문제 제기와 이직을 어렵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는 업체 허가제와 행동규범 도입, 공급망 내 현대판 노예제 대응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장을 위해 호주 농장에서 일한 이주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도 법정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화장실에 갈 시간마저 보장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 노동자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 대가가 20호주달러, 약 2만원에 그친 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부 노동자는 작업 중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 기저귀까지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코프스하버의 블루베리 농장에서 일한 진 리씨는 인력공급업체가 매주 숙박비 150호주달러와 하루 교통비 10호주달러를 공제했다고 주장했다. 숙소에는 18명이 함께 살았으며 바퀴벌레가 돌아다니고 문과 창문, 에어컨도 고장 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의 등록 주소에는 배낭여행객 숙소가 있었지만 숙소 측은 관련성을 부인했다. 당국은 2024년 조사에 착수한 뒤 실제 운영자를 찾지 못해 지난해 5월 절차를 끝냈다.
호주 원예업의 법정 최저 시급은 지난 7월 1일부터 전일제·시간제 노동자 25.74호주달러, 임시직 노동자 32.18호주달러다. 다만 관련 급여명세서가 확보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밝힌 실제 지급액은 별도로 검증되지 않았다. 파푸아뉴기니 출신 게르숌 아이작도 하루 최대 12시간 일하면서 시급 7호주달러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40도에 이르는 폭염에 나무에 올라 오렌지를 땄고, 질병이나 부상으로 쉬면 수입이 끊겼다고 증언했다.
수확철 농가가 인력을 주로 공급업체에서 구하는 구조에서 일부 업체는 일자리와 숙소, 교통을 한꺼번에 관리했다.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겪어도 다른 일터로 옮기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지목된다. 제임스 코케인 뉴사우스웨일스주 반노예제위원은 진입장벽이 낮은 업계에 부도덕한 사업자가 들어오며 일부 사례가 강제노동이나 채무노예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법원 판단을 거친 사안은 아니다. 호주 정부는 인력공급업체 허가제와 행동규범 도입, 공급망의 현대판 노예제 대응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