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협상판 키운 이란, 트럼프는 경제 압박
핵심 요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제재 해제와 전쟁 배상 등 6개 조건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위협을 자제하고 해상봉쇄로 악화한 이란 경제난을 부각했다. 미국의 선거 부담과 이란의 극심한 물가 상승이 맞물리며 협상 장기화 위험이 커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을 대폭 강화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 대응보다 이란의 경제난을 강조하며 수위를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양측이 정식 협상에 못 미치는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란의 인플레이션과 자금 부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상봉쇄가 이란의 위기를 심화했다는 판단도 내놨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8일 위협과 모욕 중단, 이란과 레바논·팔레스타인·예멘·이라크에 대한 침공 및 전쟁의 영구 중단, 해상봉쇄 해제와 주변 해역의 미 해·공군 철수, 전쟁 배상금 전액 지급, 제재 해제, 동결자산의 무조건 해제를 요구했다.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해협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6월 종전 양해각서보다 제재와 동결자산 해제 조건이 강화됐고, 핵 문제와 별개로 해협 개방의 선결 요건이 됐다.
이란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 상승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계산하는 모습이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쟁 직전 갤런당 3달러 미만에서 6월 종전 양해각서 체결 뒤 3달러대 후반을 기록했고, 충돌이 재개된 7월 말에는 다시 4달러를 넘었다. 미군의 공습·방공 미사일 고갈 우려와 지상군 투입의 정치적 부담, 후티 반군을 통한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 가능성도 이란의 버티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다만 장기전은 이란에도 큰 위험이다. 공습으로 산업 기반이 훼손되고 해상봉쇄로 원유 수출이 막힌 가운데 6월 21일부터 7월 20일까지 식품 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128% 상승했다. 올해 초 경제 불만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란 정부 집계로 3천 명 이상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명분으로 핵합의 없이 분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란의 강화된 요구로 선택지는 좁아졌다. 양측 모두 먼저 협상을 제안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압박이 이란 지도부의 결정을 바꿀지는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