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장악 앞세운 이란의 장기전 승부수
핵심 요약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제를 활용해 미국의 봉쇄 해제와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오만과의 공동 관리 합의가 성사되면 핵심 국제 수로에 대한 이란의 관리권이 공식화될 수 있다. 전쟁 피해와 물가 급등, 재발할 수 있는 내부 불안은 이란의 장기전 전략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 지도부가 호르무즈해협의 사실상 통제권을 지렛대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11월 미국 의회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커진다는 판단이다. 미군의 첨단 미사일 요격체계 재고 감소와 미국 내 반전 여론, 강제 개방에 필요한 막대한 군사 비용도 이란이 시간 우위를 자신하는 근거다.
이란은 양국 사이에 놓인 해협을 오만과 공동 관리하는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히고 있다. 조건은 미국의 봉쇄 해제로, 직접 협상이 없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 구조다. 통행료 부과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합의가 성사되면 전쟁 전까지 개방된 국제 수로였던 해협에 대한 이란의 관리권이 공식화될 수 있다. 이란은 허가 없이 통과하는 선박을 계속 공격하겠다는 방침도 고수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에서 거래되는 석유와 가스의 5분의 1이 지나던 핵심 항로다. 이란은 해협 통제를 수익원보다 안보 보장과 역내 세력 균형, 향후 핵 협상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예멘의 후티 세력이 다른 주요 무역로까지 교란할 가능성도 미국의 부담이다. 반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면서도 지난 5월 해협의 정상적이고 안전한 통항이 복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란의 승부에는 내부 위험도 크다.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숨졌고 해·공군과 산업 기반도 큰 피해를 입었다. 봉쇄로 원유 수출이 막힌 가운데 식품 물가는 세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화 위기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수천 명이 숨지고 수만 명이 구금됐다. 해협 통제가 정권 결집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경제 붕괴가 다시 불안을 촉발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합의를 피하기 어렵다는 경계도 이란 내부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