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개정안 '공소기각' 조항…법조계 "모호성·재판지연 우려"
핵심 요약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중대한 위법 수사'와 '소추 재량권 현저한 일탈' 시 공소기각 조항이 추가됐다. 법조계는 규정의 모호성과 재판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며, 판례를 명문화한 선언적 의미라는 평가와 함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무력화 시도라고 비판하며,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 대치가 예상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법원이 '중대한 위법 수사'나 '소추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이유로 공소기각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한 재판 지연과 법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와 함께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현행법은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 부재, 공소제기 절차 위반, 중복 기소, 피해자 의사 반대 등을 공소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중대한 위법 수사'와 '소추 재량권 현저한 일탈'이 새로 추가됐다. 해당 조항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에 담겼으며, 법사위 대안에 반영됐다.
대법원은 2001년 '쪼개기 기소' 등 검사의 자의적 공소권 행사에 대해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공소권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2008년에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를 절차 위반으로 보고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염두에 둔 개정이라는 도덕적 비판은 가능하지만, 위법 수사나 공소권 남용 시 공소기각해야 한다는 판례가 20년간 쌓여왔고 이를 명문화한 것"이라며 선언적 의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중대한', '현저한' 등 추상적 표현이 재판부 해석에 따라 공소기각 결과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검찰청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사건마다 의미가 달라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도 "개정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검토했다. 판사 출신 로스쿨 교수는 "피고인들이 공소기각을 노려 절차적 공방을 늘리면 재판이 지연되고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이미 절차 위반 시 공소기각 규정이 있어 사실상 필요 없는 조항"이라면서도 "명확한 규정이 생긴 만큼 피고인 측과 판사가 적극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야권은 이번 개정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