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표결로 본 집단 동조의 심리
핵심 요약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7월 31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애시의 실험에서는 참가자 74%가 적어도 한 번 다수의 명백한 오답을 따랐다. 집단 압력은 두려움뿐 아니라 개인의 지각과 판단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7월 31일 오후 4시 30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가결됐다. 검사의 보완 수사권을 유지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가운데,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다수는 찬성표를 던졌다. 곽상언 의원은 반대, 이소영 의원은 기권을 선택해 당내 다수와 다른 판단을 표시했다.
이번 표결은 미국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가 1951년 실시한 집단 동조 실험과 맞닿아 있다. 애시는 남자 대학생 7~9명에게 기준 선분과 길이가 같은 보기를 고르게 한 뒤, 한 명을 제외한 참가자들이 일부러 명백한 오답을 말하도록 했다. 실험을 열두 차례 반복하자 50명 중 37명인 74%가 적어도 한 번은 다수의 오답을 따랐다.
이 실험을 변형한 뇌 영상 연구에서는 다수와 다른 판단을 유지한 사람의 편도체가 활성화됐다. 혼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뇌가 공포와 불안을 일으키는 위협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반대로 다수의 오답에 동조한 사람은 시각·공간 판단 영역의 활동 양상이 달라졌다. 의도적으로 거짓 답을 택했다기보다 다수의 판단에 맞춰 실제 지각이 조정된 셈이다. 이후 조사에서 82% 이상은 당시 자신의 답과 다수의 답이 모두 맞는다고 확신했다고 답했고, 정답을 알면서 따랐다고 인정한 비율은 약 3%였다.
1907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애시는 1920년 가족과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나치 체제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집단의 압력에 순응해 학살에 가담한 과정을 개인의 예외적 악행이 아닌 보편적인 동조 가능성의 문제로 바라봤다. 형사소송법 표결 역시 공천 등 정치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집단 판단에 따른 인식 변화, 개인적 신념 유지가 어떻게 갈리는지를 되짚게 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는 법안 처리 과정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정치권을 향해 “지옥에나 가세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