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페이의 과감한 지분투자, 첨단산업 지형 바꿨다
핵심 요약
허페이는 지방정부의 직접 지분투자로 BOE와 CXMT를 육성하며 첨단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CXMT 상장과 지역경제 성장이 성과로 확인됐지만 재정 손실과 중복 투자, 과잉생산 위험도 남아 있다.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 확장은 한국에 기술 격차 유지와 산업 생태계 지원 강화를 요구한다.
10년 전까지 중국 동부의 평범한 내륙 도시였던 안후이성 허페이가 첨단 산업 거점으로 부상했다. 지방정부가 유망 기업에 직접 자금을 넣어 주주가 되고, 관련 기업의 집적까지 이끄는 투자 방식이 성과로 이어졌다. 중국 1위이자 세계 4위 D램 제조사로 성장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은 이른바 ‘허페이 모델’을 대표하는 사례가 됐다.
허페이산업투자그룹은 2008년 연간 재정수입의 약 3분의 1을 들여 징둥팡(BOE)의 6세대 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유치했다. 후속 생산라인과 부품·소재 업체가 잇따라 자리 잡자 2016년 CXMT 설립 때도 144억 위안을 출자해 지분 80%를 확보했다. CXMT는 정부 자금과 내수시장, 메모리 업황,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발판으로 성장했고 지난달 말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과 동시에 중국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기업 가치 상승으로 평가이익을 얻은 허페이는 도시 경제의 위상도 높였다. 올해 1분기 지역총생산 성장률은 6.8%로, GDP 1조 위안 규모를 넘어선 중국 도시 29곳 가운데 가장 높았다. 산둥성·산시성·지린성·간쑤성·네이멍구 등도 인프라와 부동산 중심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신에너지, 전통산업 고도화에 지방 재정을 투입하며 초기 기술 개발과 산업체계 구축, 전략 사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성과의 이면에는 재정 위험과 중복 투자의 부담이 남아 있다. 허페이는 BOE와 CXMT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고 지하철 건설까지 미뤘으며, 투자 기업이 도태되면 손실이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각 지역의 첨단 산업 투자가 겹치면서 과잉생산 우려도 커졌다. 자국 공급망 안에서 성장한 CXMT의 사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기술 격차 유지와 생태계 전반의 지원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