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되살린 서산 마애삼존불의 표정
핵심 요약
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오전 햇살이 적절한 각도로 비칠 때 선명해진다. 안개가 낀 5월 방문에서는 엷은 표정만 보였지만 7월 30일 오전 10시에는 얼굴의 입체감이 살아났다. 여러 마애불을 찾아간 경험은 빛과 그늘이 석불의 표정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지난 7월 30일 오전 10시, 충남 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의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강한 햇빛이 바위 표면을 비스듬히 비추자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도톰한 볼, 다문 듯 벌어진 입술의 굴곡이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표정을 온전히 마주하려면 조각 자체뿐 아니라 햇살이 닿는 방향과 관람 시간까지 살펴야 한다.
서산 마애삼존불을 찾은 것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였다. 첫 방문 때는 오전이었지만 안개가 햇살을 가려 입가에 엷은 음영만 나타났다. 두 달여 뒤 덕산온천에서 차로 20분을 이동해 다시 찾았을 때는 하늘이 맑았다. 어린 손녀와 돌계단을 오르고 법당과 굽은 길을 지나 마애불 앞에 서자, 빛과 그늘이 얼굴의 세부 윤곽을 나누며 미소를 또렷하게 만들었다.
빛의 중요성을 확인하기까지 여러 차례 시행착오가 있었다. 치마산과 화순 운주사, 고창 선운사, 남원 개령암터에서는 마모된 형상이 밋밋하게 느껴졌다. 2018년 홍성 용봉산에서는 깊게 돋을새김한 얼굴과 처진 눈매, 두툼한 미간을 본 뒤 불상의 눈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올 4월 경주 신선암에는 오후 3시께 도착했지만 얼굴 절반 이상이 그늘에 잠겨 사진에서 보았던 생동감을 확인하지 못했다.
신선암에서 촬영한 사진을 되짚어 보니 머리 위에서 쏟아진 햇빛은 얼굴의 음영을 지우고 돌의 굴곡만 남겼다. 반대로 아침 햇살은 바위를 비스듬히 지나며 표정에 깊이를 만들었다. 1965년부터 세워진 보호각이 햇볕을 막아 미소가 흐려졌을 때 관리자가 장대에 백열등을 달고 빛의 각도를 바꿔가며 표정의 변화를 보여줬다는 일화도 같은 원리를 드러낸다. 서산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석공이 새긴 형상과 알맞은 각도의 햇살이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