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 본뜬 그물, 초미세 플라스틱까지 포획
핵심 요약
해조류와 해초의 구조를 모방한 천연 고분자 그물이 다양한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을 포획했다. 알긴산염 그물망과 키토산 코팅이 큰 입자는 거르고 초미세 입자는 접착해 붙잡았다. 장기 안정성과 바이오필름 대응, 대량생산 경제성 검증이 상용화의 과제로 남았다.
재미 한국 과학자가 해조류와 해초의 포집 원리를 공학적으로 재설계해 나노미터부터 밀리미터까지 크기가 다른 미세 플라스틱을 한꺼번에 잡는 그물을 개발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화학생물공학과 올린 벨레브 교수와 홍혜린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담수와 해수에서 포획 성능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7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그물의 뼈대는 갈조류 유래 알긴산염으로 만든 연질 수지상 콜로이드다. 얼렸다 녹이면 내부는 치밀하고 단단해지는 반면 표면에는 미세한 가지가 드러나 접촉 면적이 커진다. 연구진은 이 표면을 게와 새우 껍질의 키틴에서 얻을 수 있는 양전하성 키토산으로 코팅했다. 실제 해변 바닷물 시험에서 1㎜ 이상 입자는 망 구조에 걸렸고,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는 표면 접착력으로 포획됐다. 수산물 가공 폐기물을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설계의 출발점은 바다 위를 떠다니며 플라스틱과 엉키는 모자반 군락과 해변의 ‘넵튠 볼’이었다. 넵튠 볼은 해초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에서 떨어진 잎이 파도에 쓸린 뒤 섬유질만 남아 공처럼 뭉친 구조다. 2021년 연구에서는 넵튠 볼 1㎏이 플라스틱 조각 1500개를 붙잡고, 연간 약 9억개의 입자를 포집할 수 있다는 추정치가 제시됐다. 해마다 바다로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800만t으로 추산되며, 5㎜ 이하 미세 입자는 심해와 극지, 고산지대는 물론 음식과 물, 생활용품에서도 발견된다.
홍 박사는 지난해 같은 계열 물질로 물속에서 플라스틱을 붙잡은 뒤 마그네슘과 물의 반응에서 생기는 기포를 이용해 다시 떠오르는 이동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에는 자연의 고정형 포집 구조를 모사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실용화까지는 바다와 강에서의 장기 안정성, 미생물 증식으로 바이오필름이 생긴 입자의 포획 성능, 대량생산 공정과 경제성을 검증해야 한다. 후속 연구가 진전되면 환경 정화뿐 아니라 산업 폐수와 수처리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