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낙태약 사이트, 접속차단 소송 패소…법원 "무허가 판매 형사처벌 대상"
핵심 요약
해외 낙태약 제공 웹사이트가 방미심위의 접속차단 조치에 불복해 낸 소송을 법원이 각하했다. 재판부는 소송대리권 증명 부족을 이유로 각하하면서도, 본안을 살펴보면 무허가 의약품 제공은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무허가 임신중단 의약품 유통 규제가 유효함을 확인했다.
캐나다 비영리법인 위민온웹 인터내셔널 파운데이션이 운영하는 해외 낙태약 제공 웹사이트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의 접속차단 조치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영민)는 최근 위민온웹이 방미심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처분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판단 없이 절차를 종료하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위민온웹 측 소송대리인이 적법한 소송대리권을 부여받았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위민온웹으로부터 적법하게 소송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다. 다만 재판부는 가정적으로 본안을 살펴보더라도 방미심위의 시정요구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방미심위는 2024년 10월 해당 사이트가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임신중단 의약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해 약사법을 위반한다며 접속차단을 요구했고, 지난해 2월에는 도메인 이용해지도 요청했다.
위민온웹 측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잃은 만큼 임신중단 관련 정보와 의약품 제공을 막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민온웹이 약국 개설자가 아님에도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임신중단 의약품을 신청받아 우편으로 제공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 정보가 정보통신망법상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민온웹이 단순히 임신중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운영됐다고 보고, 웹사이트에 게시된 정보 전체가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교사·방조하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망사업자들에게 웹사이트 전체 접속차단을 요구한 것이 과도한 조치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웹사이트 폐쇄나 게시물 삭제를 직접 명한 것이 아니라 접속차단을 요구한 것에 불과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무허가 임신중단 의약품 유통에 대한 규제는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